대구시의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사업과 관련한 토지보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범어공원 매입면적이 당초 목표보다 33%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토지보상 관련 예산 또한 당초 목표보다 2천억원 넘게 늘었다. 토지보상을 시작할 당시부터 제기됐던 사업비 증가에 따른 시 재정 부담 우려가 현실이 됐다.
◆범어공원 매입면적 113만→75만5천㎡
2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 장기미집행공원 20곳에 대한 토지보상률은 80%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매입 대상 사유지 299만3천㎡ 중 239만㎡에 대한 보상이 완료됐다. 토지보상 관련 예산 약 6천900억원(전체 사업비 7천120억원) 중 5천600억원이 집행됐다.
20곳 중 12개 공원의 토지보상이 모두 완료된 가운데, 사업 성패 관건으로 꼽혔던 범어공원은 지난 2021년 10월 토지보상을 끝내고 올해 착공을 앞두고 있다. 범어공원은 전체 면적의 60%가 사유지이며 지주만 200여 명에 달하고, 땅값이 비싸 대구시가 토지보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는 범어공원 부지 일부는 강제수용이 가능한 도시계획 시설사업을 통해 매입하고, 일부는 강제수용권이 없는 협의매수 방식으로 매입하는 '투트랙 전략'을 썼다. 이는 대구시가 지난 2019년 8월 '장기 미집행 공원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대책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2020년 7월 1일 시행된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공원부지 실효(해제)를 막으려면 7월 1일 이전에 실시계획 고시를 해야 했다. 이에 따라 시는 매입이 시급한 도심곳원 16곳에 대해서는 소유주에게 보상금을 주고, 토지를 수용해 공원을 조성하는 도시계획 시설사업을 진행했다.
반면 범어·학산·침산·두류공원 등 4곳은 시가 지주에게 땅을 직접 사는 협의매수와 도시계획 시설사업을 병행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도시계획 시설사업은) 한 단위사업에 사업비 300억원이 넘으면 지방재정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절차가 길어져 공원부지가 실효될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사업비가 많이 드는 4개 공원은 구간을 나눠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의매수 방식은 독이 됐다. 강제수용권이 없는 협의매수 부지 일부를 매입하지 못해 범어공원 매입면적은 당초 목표였던 113만㎡에서 75만5천㎡로 줄어든 것이다. 시 입장에서는 끝내 재산권을 행사하겠다는 지주의 토지를 과도한 금액으로 사들일 수는 없었고, 범어공원은 전체 부지 중 곳곳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사유지가 남게 됐다. 매각을 거부한 지주들은 벌써부터 시에 개발 관련 문의나 민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난개발 우려도 제기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토지보상 예산도 크게 늘었다. 대구시는 지난 2019년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사업 예산으로 4천400억원의 지방채를 포함한 4천84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그간 토지가격이 꾸준히 올랐고, 시는 732억원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하고 시비 1천542억원을 더 투입했다. 도심 녹지를 지키는 데 대구 시민 한 명당 21만7천원씩 빚이 지워진 셈이 됐다. 전체 사업비는 4천846억원에서 7천120억원으로 47% 증가했다. 이 기간 범어공원 토지보상비도 1천400억원에서 2천억원으로 늘었다.
당초 부동산 업계 관계자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대구시 예산보다 최대 2천~3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2020년 상반기부터 토지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사업비가 늘었다"며 "공원부지 실효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장기미집행공원 조성 "2025년까지 완료 목표"
대구시는 올해 범어공원과 두류공원 일부구간, 야시골공원에 대한 장기미집행공원 조성공사에 착공할 계획이다.
기조성 면적이 많은 두류공원은 전체 158만9천㎡ 중 24만㎡를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사업으로 사들였다. 보상비는 370억원이 들었다. 야시골공원은 전체 20만㎡ 중 5만6천㎡를 시가 300억원을 들여 사들였다.
장기미집행공원 사업은 전체 사업비의 97% 가량이 토지보상비여서 실제 조성공사는 산책로를 깔고, 벤치나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등 기본적인 시설물을 조성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두류공원과 범어공원 내 시설물 공사를 담당하는 대구시 건설본부와 야시골공원 공사를 담당하는 수성구청 관계자는 "상반기 중으로 설계용역을 마치고 하반기에는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범어공원이 완공되면 전체 면적 기준 앞산, 두류, 학산에 이어 대구에서 4번째로 넓은 공원이 된다. 또 범어공원은 부지 내에 국립대구박물관, 대구어린이회관, 수성구청소년수련관 등이 있어 이들 시설에 대한 접근성과 시민 편의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나머지 8곳은 보상협의와 수용재결 등 토지보상 절차가 시행 중이다.
공원별 토지보상률은 ▷봉무공원 36%(16만700㎡ 중 5만8천200㎡) ▷천내공원 64%(8만9천500㎡ 중 5만7천700㎡ ▷연암공원 97%(14만3천800㎡ 중 14만100㎡ ▷불로공원 48%(6만4천㎡ 중 3만900㎡) ▷망우당공원 21%(3천600㎡ 중 800㎡) ▷장기공원 94%(32만6천200㎡ 중 30만6천㎡) ▷앞산공원 46%(61만8천300㎡ 중 28만5천100㎡) ▷학산공원 75%(34만1천800㎡ 중 25만6천400㎡) 등이다.
대구시는 올해 토지보상을 모두 완료한 뒤 순차적으로 조성공사를 착공해 2025년 사업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올해 착공 예정이던 학산공원은 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제기돼 사업이 지연되게 됐다. 학산공원은 지표조사 당시 총 4단계에 걸친 전 구간에서 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제기됐고, 올해 구체적인 문화재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학산공원은 변수가 많아서 올해 착공이 어려울 것 같다"며 "어떤 문화재가 나올지, 중요도는 어떤지에 따라 공사기간이 달라질 수 있어서 학산공원은 2025년까지 조성을 끝낼 수 있을지 확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으로 추진되는 대구대공원은 현재 토지보상률이 5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대공원 토지보상률은 지난해 2월 40%에서 1년만에 15%포인트(p) 올랐다. 사업은 올 연말 착공해 2026년 준공 예정이다.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사업=행정기관이 공원으로 지정한 뒤 오랫동안 실제 공원조성 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사라지게 된 도심 녹지를 지키고자 벌이는 사업. 토지 소유주와 협의해 땅을 사들이는 협의매수와 공원 조성사업을 시작해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도 있는 도시계획 시설사업, 민간 업자가 일부 부지에서 수익사업을 하는 대신 나머지 땅에 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민간특례사업' 등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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