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정부가 나서야…대구형무소 터 복원도 시급

尹 인수위 공약 포함됐다 빠져…서훈 받은 애국지사 202명
대구형무소 터에는 안내판 등이 전부..."아는 사람만 아는 곳"
전문가들 "국가차원에서 대구 독립정신 기려야"

대구 중구 삼덕동 삼덕교회 앞에 마련된 대구형무소 기념 조형물. 박성현 기자
대구 중구 삼덕동 삼덕교회 앞에 마련된 대구형무소 기념 조형물. 박성현 기자

제104주년 3.1절을 맞아 대구 독립운동 정신을 기릴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기념사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열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지만 정작 정부가 추진하는 기념사업은 전무한 상황이다.

일제강점기 가장 많은 애국지사가 순국한 대구형무소 복원과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사업 모두 수년째 답보 상태다.

28일 정오쯤 찾은 중구 삼덕동 삼덕교회 앞은 점심시간을 맞아 많은 시민들로 분주했다. 오가는 시민들 사이에서 1920년대 대표적인 저항시를 써낸 시인 이육사의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조형물은 과거 이육사가 수감생활을 했던 대구형무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육사는 1927년 이곳에서 수감번호 '264'를 받았다.

인근에 거주해 평소 이곳을 매일 거닌다는 이모(22) 씨는 "평소 크게 관심을 안 둬서 그런지 서 있는 사람이 이육사 시인인 줄도 몰랐다"며 "대구형무소가 있었다는 것도 처음 들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1909년 건립된 대구형무소의 순국자 중 정부에서 독립운동가로 서훈받은 사람은 202명으로 서울 서대문형무소(175명)보다 많다. 하지만 1971년 달성군 화원읍 이전 이후 주거 및 상업용지로 개발되면서 옛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중구청은 지난 2021년에 삼덕교회 창립 60주년 기념관 2층에 형무소역사관 조성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중구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삼덕교회에서 근무하는 김현경(37) 씨는 "모두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공간이 아는 사람들만 아는 그저 그런 공간으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해 '대구독립운동기념관'(가칭) 건립이 추진되면서 대구형무소 역사관 조성 사업도 함께 급물살을 탔으나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은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 100대 공약과제에 포함됐다가 지금은 빠졌다.

대구시도 시의 빚 탕감을 이유로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에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김능진 대구독립기념관추진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차원에서 기념관 건립에 대한 예산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전액 삭감됐다"며 "민간에서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해 현재 추진위도 동력을 많이 잃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보훈 문화 확산을 위해서라도 국가차원에서 대구경북의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광복회, 의열단, 국채보상운동 등 대구경북 특유의 독립운동 정신을 후대에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태열 한국보훈포럼회장은 "독립유공자들의 넋을 기리고 미래 세대에게 보훈 정신을 전수하기 위해선 관련 시설이 꼭 필요하다"며 "매년 70만명이 방문하는 서대문형무소와 같이 관광자원으로 개발해야한다"고 말했다.

송재일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은 "기념관 건립 등 하드웨어적인 것뿐만 아니라 근대골목 등과 연계해 젊은 층에게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학습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콘텐츠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며 "이후 기념관 건립이나 대구형무소 터 복원 등도 자연스럽게 공론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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