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오전 8시쯤 찾은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초등학교 등굣길. 학생들은 30도에 가까운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 임시 보행로가 설치됐지만, 바로 옆 신축 아파트와 맞닿은 경사면은 5~6m 높이의 절벽이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달 28일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외부 조경 공사가 진행 중인 탓에 초등학교 앞은 학생들과 차량이 뒤엉키며 혼잡을 빚었다. 통학로 확보를 위해 학교 앞 가로수를 베어낸 흔적이 보였고, 일부 학생들은 차도 가운데로 다니기도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대구 동구 신축 아파트가 이웃 아파트와 통학길 공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부모들은 경사가 급하고 주변에 차량 통행도 잦다며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통학로 안전 문제는 초등학교 옆에 935가구 규모의 A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제기됐다. 이 아파트 주민들이 주로 이용한 통학로가 가파른 오르막길인 데다 기존에 설치된 인도도 학생 두 명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찰 정도로 폭이 좁고 불법 주정차도 만연했다.
통학로 경사로는 A 아파트 신축 허가 과정에서도 문제가 됐다. 아파트 건설 사업을 추진한 조합은 경사로를 평탄화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내용은 대구시 교통영향평가에도 반영됐다.
하지만 아파트 준공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던 경사로 공사는 이웃 아파트의 반대로 무산됐다. 도로 건너편에 있는 B 아파트 주민들이 경사로 설치에 필요한 일부 구간이 사유지인 점 등을 내세우며 공사를 반대했다. B 아파트 관계자는 "아파트 내부에서 공사해야 하는데, 또다시 소음과 분진 등에 시달릴 순 없어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두 아파트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5월 A 아파트 조합이 평탄화 없이 다시 교통영향평가를 받았고 대구시는 한 차례 반려 끝에 공사를 허가했다. 이 탓에 경사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 준공과 개학을 맞았다. A 아파트 조합이 지난 2월 임시방편으로 보행로를 설치했지만, 통학로 옆 5~6m 높이의 경사면은 보기만 해도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학생들의 통학로 안전이 위협받자 대구시는 최대한 공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쯤 A 아파트 조합을 찾아가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평탄화 작업을 다시 추진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통행 편의와 주민 안전을 고려할 때 도로 평탄화는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B 아파트와 협의를 거쳐 차질 없이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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