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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정보 이용해 땅 투기한 LH 직원, 1심 무죄→2심 징역 2년

지인 등 2명도 각각 실형 선고

판결 관련 자료 이미지. 매일신문 DB
판결 관련 자료 이미지. 매일신문 DB

미공개 개발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무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수원고법 2-3형사부(이상호 왕정옥 김관용 고법판사)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LH 직원 A 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와 함께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인 등 2명에게도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실형을 받은 A 씨 등 3명은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A 씨 등이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부동산도 몰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했고,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각 부동산을 몰수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이익이 남지 않게 된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LH 광명·시흥 사업본부에서 도시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A 씨는 2017년 1월부터 2월까지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같은 해 3월 지인 등 2명과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4개 필지 1만7천여㎡를 25억원에 매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 씨가 참석한 첫(킥오프) 회의에서 논의된 'LH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취락정비사업을 진행한다'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 없이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 이르러 '취락 정비구역뿐만아니라 일부 유보지를 포함한 특별관리지역 전체에 대한 통합개발 추진 계획'에 관한 내용을 내부 정보로 보고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은 주된 공소사실(주의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 사실이다.

2심 재판부가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A 씨 등의 판결은 뒤집히게 됐다.

재판부는 A 씨가 취득한 통합개발 정보는 미리 알려질 경우 지가 상승을 유발해 사업 계획 실행이 어려워질 수 있어 LH 입장에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이익이므로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비록 킥오프 회의 이전에 LH 직원들 사이에서 통합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더라도, 킥오프 회의라는 공식 절차에서 통합개발 대상 지역을 검토하고 사업계획 방향을 결정했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가 형성된 것이어서 향후 투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 정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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