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 인터뷰] "글로벌 콘텐츠 허브 대학이 되겠다"… 정현태 경일대 총장

개교 60주년 맞아 본지 특별 인터뷰… 경일대 미래 청사진 제시
"지역 특화산업으로 인식되는 첨단산업분야는 레드오션 될 것"
사진영상, 만화애니메이션, 게임 등 콘텐츠 관련 전국구 학과에 주목

정현태 경일대 총장이 개교 60주년을 맞아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경일대 제공
정현태 경일대 총장이 개교 60주년을 맞아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경일대 제공

11일은 경일대가 개교 60주년을 맞는 날이다. 1963년 공업입국(工業立國)의 기치 아래 설치된 공업고등전문학교에서 시작한 학교다. 특히 정현태 현 총장은 경일대 출신 동문이자 총장으로 학교의 산 증인이라 불러도 무리가 아니다. 공업고등전문학교 시절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그다. 학교의 지난 60년을 돌아보고 미래 청사진을 내놓는 정 총장의 목소리에는 무게감이 더 실렸다.

-개교 60주년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인 셈이다. 실감이 나는가

▶학생으로서, 교수로서, 동문으로서, 그리고 총장으로서 지난 세월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경일대는 한마디로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연이라 표현할 수 있다. 각 지역에서 수많은 산업 역군을 키워내며 정부 정책과 교육환경 변화의 무대 위를 종횡무진 누벼왔다. 대학기본역량진단과 대학기관평가인증 등의 객관적 대학평가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고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수주하는 등 언제나 경일대는 시대의 주류 속에서 성장해왔다.

-대학의 성장을 평가할 때 하드웨어 부분을 먼저 눈에 담겠지만 소프트웨어의 진화를 내공의 축적으로 볼 수 있다. 경일대를 성장해가는 사람에 비유한다면 어떤 내공을 축적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대학의 나이를 인간의 수명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세계 유수의 대학에 비춰볼 때 우리대학은 이제 청년을 지나고 있는 30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수십 갑자가 넘는 엄청난 내공을 지닌 무림지존은 아니지만 어떠한 내공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체질을 키워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수용력, 즉 체질 개선을 뜻하는 건가

▶학령인구 감소, 대학시장 개방, 인구노령화 등 대학을 둘러싼 고등교육 환경은 각종 사회문화의 변화에 매년, 매월, 매일, 조변석개하고 있다. 덩치 큰 공룡의 멸종이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못함이라면 우리 대학들도 몸집을 줄이고 변화하지 못하면 자멸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경일대가 길러온 유연함은 앞으로의 대학이 갖춰야할 필수 덕목이라고 본다. 외국인 유입이 증가하면 유학생 친화적으로, 평생교육 수요가 늘면 성인학습자 친화적으로, 코로나 시대에는 원격교육체계로 누구보다 빠르게 학제와 교육과정을 안정적으로 변화시켜왔고 앞으로도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다.

정현태 경일대 총장이 학생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경일대 제공
정현태 경일대 총장이 학생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경일대 제공

-총장 취임 초기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수님이라면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겠다.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이 원하는 우수 교원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감이 팽배한 시국이다. 여전히 유효한 구호인가?

▶당연하다. 대학의 구성원인 학생과 교수, 직원은 삼위일체를 위한 상호존중과 협력이 필요하지만 밀가루 반죽을 빚고 속을 채워야 맛있는 빵이 만들어지듯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혜를 심어주는 역할을 하는 교수가 가장 중요한 한 축임은 자명하다. 입학 정원이 많은 대규모 학부들에는 교원확보율 100%를 초과달성하기 위해 매학기 많은 신임교원을 채용하고 있으며 도제식 교육이 필요한 비교적 소규모 학과에는 전공과 트랙 단위로 세분화해 분야별 스페셜리스트를 채용하고 있다.

-교원을 채용할 때 우선시하는 게 있나

▶신임교원을 만날 때면 전문성만 가지고 좋은 교수가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학생들을 마음으로 대하지 않는다면 좋은 연구자나 학자는 될 수 있겠지만 좋은 스승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수들이 인근의 경북대나 국공립 대학으로 스카우트되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매 학기 진정성 있는 교수를 다시 뽑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현재도 교수의 평균연령이 47세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대학에 속하지만 앞으로도 점점 젊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현태 경일대 총장이 대학의 미래 청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일대 제공
정현태 경일대 총장이 대학의 미래 청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일대 제공

-앞으로의 10년 뒤, 대한민국 대학의 화두는 무엇이라 할 수 있는가. 그 화두를 연구과제로 삼는다면 경일대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앞으로의 대한민국 대학의 화두는 '지역'일 것이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RISE 사업 등 대학지원 체계를 지방 중심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이미 산업이나 경제부문에서는 지역 간 무한경쟁이 진행되고 있고 지역의 사회경제 생태계에 대학들은 뒤늦게 참여하면서도 이를 주도해야하는 상황이다. 경쟁력 있는 지역산업을 발굴하고 지역·산업·대학 협력체계의 중심축이 되기 위해서 경일대는 '글로컬 콘텐츠 허브'가 되겠다는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

-경일대의 전통적 강점은 공과계열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공과계열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경일대가 문화콘텐츠 분야에 뛰어드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우리 대학의 사진영상, 만화애니메이션, 게임 등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는 재학생 대부분이 서울 등 타 지역에서 모인, 소위 전국구 학과들이다.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특화산업으로 인식되는 자동차부품소재나 이차전지, 미래차, 로봇 등의 첨단산업분야는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 관련 학과가 설치되어 있어 근시일 내에 레드오션이 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우리지역에 집적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대학의 역할이고 우리 대학의 전략이다.

-그런 전략들을 실행시킬 방안을 밝힐 수 있는가

▶교수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5년 전 우리 대학 4명의 교수들이 창업한 교수창업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라는 회사가 롤모델이다. 산학교육관 건물 한쪽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율주행차를 운영하고 가장 긴 자율주행거리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500억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커졌다. 교수창업 기업에서 학생들이 돈을 벌며 실습을 하고 현장 전문성을 길러 취업으로 이어지는 교육 모델을 다른 전공으로 확대하고 있다. '글로컬 콘텐츠 허브' 역시 이러한 도제식 교육 모델을 기반으로 키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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