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금 우리 학교는] 보이는 언어, 대구대 교양과목 '기초수어'

K-MOOC 통해 매학기 300명씩 강의 신청
학점 폭격기가 아닌데도 순식간에 만석
비교과 과정 수료증도 스펙으로 각광

대구대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직원과 학생들이 수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구대 제공
대구대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직원과 학생들이 수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구대 제공

"알면 매력 있는 언어가 바로 수어죠."

수화언어, 청각장애인들의 언어로 인식되던 수어가 비장애학생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교양과목으로 개설되자마자 만석이 되는가 하면, 수어 과정 수료증은 입사지원서에도 어엿한 스펙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교양과목으로 수어를 개설한 곳은 대구대. 특수교육과가 있고 오랜 사회복지의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인 만큼 수어교육의 중심이라 할 만했다.

특수교육과가 있는 공주대와 수어통역학과가 있는 나사렛대 등에서 교양과목으로 접할 수 있다. 다른 대학 학생들도 K-MOOC를 통해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대구대의 경우 사범대 학과 학생들을 위해 강좌가 개설되는데 50명 안팎의 인원만 수강할 수 있다고 한다. 올해는 '과학교육수어'가 사범대학에 개설됐다고 한다. 교양과목 중에는 '미국수어'도 있다. 대구대의 경우 영어회화 강좌 이수가 필수인데 대체 과목으로 미국수어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교양수어의 인기를 학교 분위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1만8천 명의 학생들 중 청각장애인은 55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수업을 들을 때는 수어통역사가 함께 수업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만큼 친숙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신선미 대구대 수어통역사는 "보이는 언어다 보니 호기심이 생겨 자발적으로 수강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학점이 인정되는, K-MOOC로 듣는 학생만 매학기 300명이다. 학점을 잘 주는 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수강신청이 끝난다"고 했다.

지난 3월 있은 대구대 신입생 환영주간 문화 행사에서 수어통역사가 무대에서 수어 통역을 하고 있다. 대구대 제공
지난 3월 있은 대구대 신입생 환영주간 문화 행사에서 수어통역사가 무대에서 수어 통역을 하고 있다. 대구대 제공

대구대와 경북대에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비교과 과정으로 개설한 강좌도 인기라고 한다. 기초반, 중급반, 고급반, 실전반 등 6개 반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대의 경우 학기별로 130명씩 수료자가 나온다. 수료증은 입사지원서 등의 주요 사항란에서 빛을 발한다. 특히 병원이나 일부 서비스 직종의 경우 웬만한 어학 능력보다 더 우대한다고 한다.

수어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심화 수업도 개설되어 있다. 수화통역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전문 강좌도 운영한다. 수화통역사 자격증은 전국에서 1천500명만 갖고 있을 정도로 귀하다. 지난해 전국에서 합격자가 16명에 불과했을 만큼 난도도 상당하다. 이들은 방송이나 강에서 수어통역사 등으로 활동하게 된다.

한국수어교원 자격증도 있다. 수어통역사에 비해 난도가 낮은 것으로 인식되지만 120시간의 교육 이수와 '한국수어능력 검정시험' 통과 등이 조건이다. 수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수업계획안, 강의계획서 등도 평가 항목에 들어간다. 이들은 일부 초·중등학교에 개설된 방과후 수업에서, 혹은 자유학기제 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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