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영호 "北처럼…의도적 반미·반일 전략 정치세력 있어"

자타공인 최고의 북한통…"한국 분열 노린 北 대남전략…이념·역사논쟁 심각"
"北 갓끈전술, 한국 정치권에서도 반복…의도적으로 반미·반일 부추겨"
"4·3 사건, 김일성 관계없다면 역사왜곡"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이무성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이무성 기자

"북한은 대한민국 분열을 노리는 '역사전쟁'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집권여당 지도부 입성이라는 기록을 세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타공인 최고의 '북한통'이다. 평양 출신인 그는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하다 지난 2016년 가족들과 함께 탈북해 망명했다. 태 의원은 지난 4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한일·한미관계를 번갈아 흔들며 한국을 분열시키는 대남(對南) 전술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이념·역사전쟁은 매우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北에 대두한 '갓끈 전술'

1972년 7월 4일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북한 주석은 냉전체제 해체 분위기 속에서 남북 간 최초 합의인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합의 이후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평화 공존을 유지하되 역사와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우회 전술을 택했다.

태 의원은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김일성은 '갓끈 전술'을 새로운 대남전략으로 선포했다"며 "김일성은 한국이라는 갓이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끈으로 유지된다고 봤다. 한 끈만 끊어져도 바람에 날아가는 갓처럼 한국도 무너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갓끈 전술은 한미일 관계를 흔들고 한국 내부 분열을 일으켜 이념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내용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체제 경쟁에서 한국에 밀린 북한은 미국이 한국을 불법 점령해 이승만 정권을 탄생시켰고,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한다"며 "해방 전까지 북한의 정체성이 더 강했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입하면서 일종의 역사전쟁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北 역사전쟁, 한국 정치권에서도 반복"

태 의원은 북한의 갓끈 전술과 유사한 양상이 한국 정치권에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반미·반일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의도적으로 펼치는 정치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정권이 교체되면 역사에 대한 평가도 뒤집히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정권교체가 되면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분야가 콘텐츠 산업이다. 특히 진보정권은 북한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심이 들 정도로 사회주의자를 미화하는 콘텐츠를 생산한다. 물론 실제 북한의 영향을 받았는지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콘텐츠에서는 '김구 선생은 선(善)이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을 내세운다. 초·중·고 역사교과서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이룩하고 자유민주주의 기틀을 세웠다는 내용은 다루지 않는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기념사에서 '우리 국군의 뿌리는 김원봉의 조선의용대에 있다'는 논쟁적인 발언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는 북한 노동당의 주장이다. 북한의 역사관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관이 대북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을 지우고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문구로 대체했다.

태 의원은 "지난 5년간 우리 군은 적이 없는 군대가 됐고, 한미 간 군사훈련도 덩달아 축소됐다. 문재인 정부는 간첩 수사를 거의 하지 않았고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없었다"며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국가 안보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현실 정치와 맞닿아 있는 만큼 역사전쟁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4·3 사건, 김일성 관계없다면 역사왜곡"

태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된 4·3 사건 발언에 대해선 '김일성 개입'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언급했고, 이 발언을 두고 제주 4·3 단체들은 역사왜곡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이 발언을 사과해야 한다면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며 "전당대회 당시 4·3 사건을 일으킨 김일성 정권에 몸담고 있던 사람으로서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왜 김일성을 끌어들이느냐'며 사과를 거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4·3 사건을 김일성·박헌영과 관계없는 개인의 일탈로 만들려는 시도는 역사왜곡이다. 역사는 역사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며 "당시 희생당한 분들을 구분하지 말고 무고하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을 위해 치유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태 의원은 "4·3 사건 관련한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당시 일부 정치세력이 역사를 왜곡할 때 무관심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국가 진상보고서에 '남로당의 조직적인 반경찰 활동'으로 4·3 사건이 규정될 때 보수진영에서 막았어야 했다"며 "보수는 체제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안일함을 깨고 역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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