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전자 영업익 96%↓ '어닝 쇼크'…반도체 불황 못 버티고 결국 감산

1분기 영업익 6천억, 분기 영업익 1조 이하는 14년 만…감산 공식화로 주가는 상승
영업익 60~70% 비중인 반도체 부문 적자 4조 예상
LG전자(1조4천974억)에 처음으로 영업익 추월 당해
삼성전자, 1998년 이후 25년 만에 감산 공식 선언
공급 조절, 업황 반등 기대감에 삼성전자 주가는 급등

삼성전자가 7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천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95.75% 감소한 수준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7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천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95.75% 감소한 수준이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시장에 한파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에 '어닝 쇼크'(실적 충격)가 닥쳤다. LG전자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추월당했다.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버티던 삼성전자는 결국 감산에 나선다. 감산으로 업황이 회복될 거란 기대감에 삼성전자 주가는 급등했다.

7일 각 사 잠정 실적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천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95.75%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주저앉은 건 2009년 1분기(5천900억원)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매출은 63조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9% 줄었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둔화돼 출하 부진, 가격 하락 현상이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했던 탓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설명 자료에서 "IT 수요 부진 현상이 지속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했다"며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라 수요가 줄고 다수 고객사가 재무 건전화를 위해 재고를 지속적으로 조정, 실적이 하락했다.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SDC)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 등으로 실적이 줄었다"고 했다.

이번에 삼성전자는 LG전자에 영업이익을 역전당했다.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4천974억원. LG전자의 실적이 삼성전자의 2배를 넘은 것이다. 분기 영업이익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제친 것은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달라 수치만 갖고 실적을 단순 비교해 누가 낫다, 못하다 얘기하긴 어렵다"면서도 "공시 이전, 이후 실적 흐름을 짚어본다는 상징적 의미는 부여할 수 있다. 두 곳이 매 분기 같은 날 잠정 실적을 내놓으며 실적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고 했다.

특히 이날 눈에 띄는 것은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 인정한 부분. 삼성전자는 설명자료에서 "이미 진행 중인 라인 운영 최적화,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한 건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시장 불황 속에서도 감산 대신 '버티기 전략'을 구사해왔다. 회사의 미래 가치를 위해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산으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미래 수요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계산 아래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동참함에 따라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업황이 더 빨리 반등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공급을 줄여 반도체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는 걸 막고 재고가 소진되면 점차 시장 상황도 호전될 거라는 예상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33% 오른 6만5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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