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껏 만난 아이들 중 거짓말을 쉽게 하던 한 학생이 떠오른다. 그 학생은 아침마다 종종 지각을 하곤 했는데, 지각한 이유를 물으면 엄마가 늦게 깨워서 늦잠을 잤다고 둘러댔다. 그래서 학부모와 상담 전화를 해보니, 역시나… 학생 말과 달리, 학부모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하소연을 했다.
뿐만 아니라 그 학생은 과제를 해오지 않거나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마다 이유를 물으면 핑계의 연속이었다. 그 학생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로 이어지는 걸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고 잘못된 습관이 형성될까 봐 걱정이 됐다. 한동안 그 학생에게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진실된 말의 가치를 일깨워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 거짓말은 스토리텔링의 시작?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
거짓말의 사전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진실이 아닌 말을 하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하는 말을 의미하기도 하다. 이런 거짓말을 자주 하는 사람을 일컬어 거짓말쟁이라고 부르곤 한다. 거짓말의 정도가 심해지면 허언증이라는 정신병까지 올 수 있다.
자녀의 거짓말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학부모는 고개를 끄덕일 거다. 사실 거짓말이 부정적인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두뇌가 발달하고 고차원적인 사고가 가능해져야 거짓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TED 강연에서 부모가 아이들의 거짓말을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받으면서 도대체 내 아이가 커서 뭐가 될지 걱정하며 아이들을 괴롭히는 건 잘못이라고 했다. 오히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순간이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축하해 줘야 할 일이라고도 한다.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결국 거짓말이 가능하려면 상상력이 풍부해야 가능하다는 걸로 이해가 된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경우가 많다. 학령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상황은 주로 숙제를 하지 않고서 다 했다고 말하거나 시험 결과를 숨기고 학원 수업을 빼먹는 등의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하게 거짓말을 하더라고 들통나게 되고, 위기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면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된다. 계속 부풀려진 거짓말 때문에 신뢰가 깨지고 주변 관계도 무너진다.
◆ 거짓말도 상황별로 유형 나뉜다… 지도법도 달라져
거짓말을 쉽게 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살펴보기 전에,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이유도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거짓말을 했다고 무작정 화를 내는 것보단 상황에 따라서 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상황은, 자녀가 현재 닥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이럴 땐 혼을 내기에 앞서 아이에게 거짓말을 한 이유를 먼저 물어보고 경청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런 일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길 바란다는 말로 부드럽게 타이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관심 받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는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관심을 줘야 하는 것과 동시에 아이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줘야 한다. 또한, 아이의 하루 생활이 어땠는지, 지금 기분은 어떠한지 등의 말을 건네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선 아이가 거짓말을 한 사실에 집중하기보다 아이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나 중학생 정도의 연령이 되면 부모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충 둘러대는 형식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춘기 시절의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 여기기 보다는 나쁜 습관이 들지 않도록 부모의 관심과 지도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쳐 줘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부모님의 간섭이 아이에게 부담으로 느껴졌다는 것을 이해하고 아이의 생활방식과 사고에 초점을 맞추어 기다려주고 자유를 주면서 잘못된 일을 하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거짓말쟁이가 받는 가장 큰 벌은 그 사람이 진실을 말했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 믿어 주지 않는 것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거짓말에 대한 명언이다.
아직 한참 배우면서 성장 중인 자녀들을 위해서 어른들은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서 거짓말을 한 행동 자체를 꾸짖기보다 살아가는 바른 자세를 기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음의 손잡이는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아무런 노력 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의 올바른 성장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교실전달자(초등학교 교사, 초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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