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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코미디인가 스포츠 드라마인가…영화 '드림'

영화 '드림'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드림'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이것은 코미디인가 스포츠 드라마인가.

이병헌 감독의 신작 '드림'은 이병헌 표 코미디를 기대할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툭툭 내뱉는 대사로 2시간 내내 웃음을 터지게 한 그의 전작 '극한직업'(2019)과는 영 딴판이다. 차라리 2000년대 후반 쏟아져 나왔던 '국가대표'(2009) 류의 감동을 끼얹은 스포츠 드라마에 가깝다.

노숙인들이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다는 실화 바탕의 설정 역시 오합지졸 선수들이 모여 한 팀으로 거듭난다는 '그 시절 영화'와 비슷하다.

'드림'에서 선수단을 이끄는 사람은 프로 축구선수 출신의 유사 연예인 홍대(박서준 분)다. 그가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도하고 월드컵에 데려가는 모습을 다큐멘터리 감독 소민(아이유)이 촬영한다.

둘은 선수단이 승리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홍대는 돈이 고파서, 소민은 흥행이 고파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홍대는 소민이 실력보다는 사연이 그럴듯한 사람으로 선수단을 꾸려도 군말 없이 따른다.

한데 그 사연이라는 게 뻔해서 그다지 감동은 없다. 젊은 시절 주색에 빠져 처자식을 내팽개쳤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가장, 친구에게 보증을 서주고 이혼당한 중년의 남자, 실종된 첫사랑을 수년째 찾아 헤매는 지적장애인….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들이다.

삶의 대부분을 절망으로 보낸 이들에게 월드컵 출전은 어느새 꿈이 된다. 홍대와 소민도 서서히 이들의 열정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특히 홍대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월드컵이 열리는 헝가리로 날아간다.

경기를 치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더 노골적으로 감동 코드를 드러낸다. 한국에서 온 노숙인들의 투지에 반한 해외 응원객들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쿵쾅거리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감동이 자연스레 찾아오지는 않는다.

일부 장면과 대사에 중간중간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기는 한다. 박서준, 아이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는 맛도 있다. 그러나 코미디 장르를 내건 영화치고는, 더군다나 이병헌 감독의 영화치고는 부족해 보인다.

이 감독은 17일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홈리스 월드컵이 편견을 줄 수 있고 지루할 수 있어 코미디가 필요했지만, 소외계층을 다루는 만큼 너무 희극적으로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그 정도를 조율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0년 우리나라 최초로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 노숙인들의 모습은 비록 외졌지만, 꼭 봐야 하는 곳"이라며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대중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는 26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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