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은 소설 '고향'에서 '희망은 원래 있다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동창회에서 나 혼자의 생각은 애착으로 끝나지만, 재경동창회 많은 분이 동참해주면, 오솔길이 되고, 큰 길이 되지 않겠습니까."
김홍철 재경포항고총동창회장은 조직의 영속성을 어떻게 하면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 젊은 후배들이 모임에 잘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서울로 올라오는 졸업생 숫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회장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 너무 아랫기수로 자리를 내릴 수 없다는 절실함으로 맡았다. 기왕 맡았으면 시간만 떼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치 있는 일,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후배들을 위한 장학기금 조성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그에게 포항고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 공간이었고, 동창들과의 아련한 추억이 가득한 터전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매년 마라톤 대회가 있어 포항시내를 한 바퀴 돌 때, 학도호국단으로서 퍼레이드를 하며 도심을 걸을 때 명문 포항고를 다닌다는 자부심이 적지 않았다. 포항 촌놈이 서울와서 남들보다 부지런하고 끈기있게 살아낼 수 있었던 밑바탕"이라고 회상했다.
또 "선생님들 눈을 피해 열차를 타고 경주까지 가서 여고 학생들과 빵집에서 우유 시켜놓고 미팅했던 기억들, 야간 자율학습에서 몰래 나와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보러 갔다가 선생님에게 잡혀서 맞았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웃었다.
기억에 남는 선생님으론 학창시설 교장이셨던 수필가 김규련 씨를 꼽았다.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던 수필 '거룩한 본능'을 쓴 김규련 당시 교장선생님은 김 회장의 마음에 와닿는 훈화 말씀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교장선생님 훈화는 짧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김 선생님 훈화는 어린 마음에도 좋은 말이 많아 지루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고향 포항을 위해선 재경총동창회 차원에서 과메기 사주기 등 운동을 벌인다. 어렸을 때 징그럽게 먹었던 과메기지만, 포항시에서 와 과메기 홍보를 하면 돕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했다.
이런 작은 도움의 손길이 장학기금 조성에도 이어지길 김 회장은 바라고 있다. 그는 "잘나가는 선·후배, 어떤 독지가가 큰 돈을 낸다고 기금이 시스템화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1명이 한 달이 1만원을 기부하더라도 그게 더 의미가 있다. 기수별 회장들을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유도하려고 한다. 빠르면 내년부터라도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볼 작정"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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