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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교체 후 "가스 냄새난다"고 하자 업체 "실리콘 냄새다" 그냥 철수

[독자와 함께] 결국 도시가스업체가 긴급출동해 수리

D보일러업체가 문경의 한모 씨 집에 설치하자마자 가스가 누출된 문제의 보일러. 매일신문 독자 제공
D보일러업체가 문경의 한모 씨 집에 설치하자마자 가스가 누출된 문제의 보일러. 매일신문 독자 제공

한모(55·경북 문경) 씨는 최근 보일러를 교체했다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보일러 교체 후 가스 냄새가 나 점검을 부탁했는데, 업체는 현장을 찾았는데도 "실리콘 냄새"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씨는 "가스가 새는 동안 근처에 불꽃이라도 튀었다면 큰일이 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아찔하고, 이를 무시한 보일러 업체에는 화가 난다"고 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아파트에 사는 한 씨는 2월말 노후 보일러를 새 것으로 교체했다.

유명 보일러제품을 고객센터 상담을 통해 주문, 구매했다. 하지만 교체 후 심한 냄새가 보일러실은 물론 거실까지 나 가스 누출을 의심했고 보일러 회사에 AS점검을 부탁했다.

한 씨에 따르면 며칠 뒤 현장을 방문한 업체 관계자는 "실리콘 냄새와 가스 냄새를 구분 못하느냐"며 "설치 과정에서 사용한 실리콘 냄새니, 며칠 있으면 없어진다. 안심하라"고 하고는 돌아갔다.

그러나 일주일 가까이 지나도 냄새가 계속 나 재차 점검을 부탁했으나 3일 뒤에나 온다는 업체 측 답변에 더는 기다릴 수 없어 119에 연락, 도시가스업체가 긴급출동해 새로 설치된 보일러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는 놀라웠다. 도시가스업체 관계자는 "보일러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연결 밸브 부분을 잘못 조여 그 틈으로 가스가 누출된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손을 보고서야 더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한 씨 가족은 2주간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 위험에다, 난방과 온수를 제대로 사용 못하는 큰 불편까지 겪었지만 보일러 업체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한씨는 "가스누출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소비자가 제대로 알렸는데도 보일러전문가인 업체측은 현장을 보고서도 가스누출과 실리콘 냄새를 구별 못했고 거꾸로 소비자에게 구별을 못한다고 하는 과정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한 씨는 소비자보호원에 진정을 냈고 업체는 보호원에 "보일러 설치 부분은 대리점을 통해 외주를 줬고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한 씨는 "소비자는 보통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만큼, 설치부터 제품 하자 등이 발생했을 때는 본사가 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제품 팔았으니 나몰라라 하는 건 기업 윤리가 아니다"고 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업체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사안 같다"며 한 씨에게 소송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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