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끼 곰이냐, 오소리냐" 팔공산 출몰 야생동물 갑론을박 계속

"귀·발바닥 작아" vs "주둥이 굵고 털 검은 빛" 전문가들도 이견
대구환경청 "현장조사 진행 중"

24일 한 시민이 대구 팔공산 등산로에서 새끼 곰을 목격했다며 촬영한 사진.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 제공
24일 한 시민이 대구 팔공산 등산로에서 새끼 곰을 목격했다며 촬영한 사진.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 제공

최근 대구 동구 팔공산 등산로에서 목격된 야생동물의 정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관계 기관은 오소리로 판명했지만, 일부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새끼 곰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대구환경청은 지난 24일 동구 팔공산 관암사에서 갓바위로 가는 등산로에서 발견된 야생동물은 오소리라고 발표했다. 등산객이 찍은 사진을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남부보전센터로 보내 판독한 결과, 사진 속 동물이 형태적, 행동적으로 곰이 아닌 오소리의 특징을 더 많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양두하 남부보전센터장은 "곰과 오소리는 귀와 발의 크기로 구분이 가능한데, 사진 속 개체는 귀가 삼각형에 다소 작고 발바닥도 발목에 비해 가늘다. 귀 끝에는 흰빛이 감돈다"며 "모두 오소리에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새끼 곰이라면 어미 곰도 인근에서 발견됐어야 한다. 새끼 곰은 통상 생후 1년에서 1년 6개월까지는 어미 곰과 동거 생활을 이어가기 때문"이라며 "독립할 시기쯤 되면 개체가 1m 가까이 자라 사진 속 동물보다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관계 기관의 공식 발표에도 시민들은 해당 야생동물이 곰이 아닌 오소리라는 얘기를 쉽사리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관련 기사의 댓글에도 "누가 봐도 곰이다" "오소리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일부 야생동물 전문가들도 새끼 곰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상훈 한반도 야생동물연구소장은 "사진으로만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주둥이가 굵고 털이 검은색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곰의 특징이 보인다. 황토색 혹은 회색 털을 가진 오소리와는 다르다"며 "더욱이 오소리는 머리 부분에 흰털이 나는데 사진 속 동물에는 이런 게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대구에 야생 곰이 출몰한 적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근 곰 사육장에서 탈출했거나,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이 팔공산까지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 위치 파악이 안 되는 반달가슴곰이 30여 마리 있는데 그중 하나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수재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장은 "곰 사육장에서 신고하지 않은 곰을 키운다거나, 아예 무허가 시설에서 곰을 키우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안을 살펴야 한다"며 "곰이라면 등산객들 안전을 위해 하루빨리 포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구환경청은 국립공원야생생물보존원과 함께 팔공산 일대에 관찰 카메라 등을 설치하고, 야생동물 발자국과 섭식 흔적 등을 조사하고 있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아직 곰 발자국이나 분변 등을 발견하진 못했다. 이르면 이번 주 내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권숙열 대구시 환경정책과장은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등산로에서 발견된 만큼, 주민 안전을 최대한 보호할 방침이다. 곰으로 밝혀질 경우에는 관계기관과 협력해 안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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