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막힌 하늘길이 열리고 까다로웠던 방역체계가 완화되면서 세계 관광객의 일본 러시가 시작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재팬트래블)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본 방문 외국인은 673만9천명이며 이 중 한국인이 206만명으로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4월 29일 코로나19 방역대책 종료를 선언했다. 입국심사 등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관광객 수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세계 관광객이 일본으로 몰리는 것은 도시마다 다양한 관광자원이 있고 이들을 연결할 수 있는 교통망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사카를 중심으로 교토·나라·고베 등의 도시는 연계 관광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경북 청송군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국립공원 주왕산, 전국 최대 백일홍 정원, 국제슬로시티 등 우수한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인근 안동과 의성, 군위, 영덕, 포항까지 관광 연대를 꿈꾸고 있다. 특히 2028년 대구경북신공항(군위·의성)이 들어선다면 차로 1시간 이내에 있는 청송의 관광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송은 일본 연계 관광의 표본인 교토·나라·고베 등 도시를 거울 삼아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책 준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관광도시 품은 오사카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1분기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이 1천999억엔(한화 1조9천800억원)을 소비했고 1인당 12만4천900엔(한화 124만원)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광 소비는 단순히 국가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큰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제2도시 오사카는 발달한 도심과 문화, 역사, 자연 등이 모두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다.
오사카의 다양한 관광자원 중 특히 청송 등 경북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이 물 자원의 활용이다. 도심을 중심으로 흐르는 강을 활용한 다양한 관광상품이 존재하고 이를 관광객이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청송 등 경북에도 낙동강과 반변천, 용전천 등 풍부한 물 자원이 있지만 일본보다는 그 활용도가 아주 적다.
오사카의 대표적인 역사 관광지인 오사카성도 물길 관광의 우수성을 엿볼 수 있다.
역사 관광지는 대개 관광객이 걸어다니며 관람하지만 오사카성은 전통 배에 몸을 실어 성 밖을 유람한다. 배를 타는 관광객이 단순히 역사를 배우는 것을 넘어 당시를 직접 체험하며 이곳의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곳 물길은 오사카 최대 도심인 도톤보리와도 연결돼 있다. 도심을 관통하는 이 강 위에 '리버크루즈'를 띄워 탑승객의 편안한 시야에서 도심 전체를 눈에 담을 수 있다. 배에는 현지 해설사가 동승해 주변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설명하기 때문에 배에서 한 번, 내려서 한 번 더 관람하게 하는 일본인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오사카의 물길 관광처럼 청송의 현비암, 백석탄, 방호정, 주산지 등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명소 역시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상상은 아닐 것이다.

◆역사가 관광을 이끄는 교토
오사카 도심에서 교토의 어느 지역이든 차로 1~2시간 사이 도달할 수 있다. 교토는 794년 헤이안쿄 천도 이후 1869년 도쿄 천도까지 1천75년간 국왕이 살았던 일본의 옛 수도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요소 역시 '역사'다. 교토의 동쪽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진 언덕 '히가시야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사원들과 옛 교토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교토는 한국의 관광지와 큰 차이점이 있는데 대부분 도로가 좁고 가파르다. 한국 관광지가 수요자 측면을 고려해 편리성 위주로 큰 틀을 변화시키고 가장 핵심인 접근성을 위해 도로부터 넓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불편함이 오히려 교토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희소성까지 안겨주면서 매력적인 장소로 재방문까지 유도되는 것이다. 길이 가팔라서 관광객 대부분은 인근 상가에서 부채를 사거나 음료를 사먹는다. 이런 것도 마을 전체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히가시야마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도게츠교 역시 전통과 지역사회가 공존하는 곳이다.
도게츠교는 17세기 아라시야마 자락에서 호즈강을 건너기 위해 만들어진 다리다. 8월이면 이 다리에서 '토로'라는 등불을 밝히고 소원을 빈 후 강으로 떠내려 보내는 행사가 열린다.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 1만개의 등불이 떠다니는 장관을 이루는 모습을 빗대어 '만토나가시'라고도 한다.
사람이 몰리는 이곳 역시 지역 주민들이 상가를 형성해 지역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특히 지역 젊은 청년들은 마을 주변을 전통 인력거로 관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다. 대다수가 이 지역 출신으로 자신의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하고 지역에 대한 정보가 밝기 때문에 마을 곳곳을 다니며 관광해설사까지 자처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일부 수익을 마을 발전에 기여하면서 마을 자체가 자생적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일조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청송과 많은 점이 닮았다. 주민 스스로 지질해설사로 활동하며 지질명소와 마을 등을 알리고 지역 경제에도 소득이 돌아가게 한다. 다만, 일본처럼 젊은이들이 아니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자연을 누비는 나라
오사카 도심에서 50분, 교토에서 1시간 떨어진 나라는 일본의 역사 근본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710년 헤이조교라는 도읍이 현재 나라에 건설됐고 794년 나가오카를 거쳐 교토로 수도를 이전하기 전까지 약 80년간 수도 역할을 한 곳이다.
나라는 일본 불교의 근원지로 높이 47.5m에 달하는 세계 최대 목조 사원인 도다이지(동대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은 재미있는 것이 불교 관련 유적·유물을 보러오는 사람보다 '사슴'을 구경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나라공원은 동서로 4㎞, 남북으로 2㎞나 되는 대공원인데 이곳에 사슴만 1천200여 마리가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이곳 사슴은 울타리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과 함께 공원을 거닐고 그들에게 과자 등을 얻어먹으며 서로 어울린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오고 관광객들에게 자연스럽게 포토타임을 선물하기도 한다.

◆지진의 아픔도 관광으로 승화하는 고베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6분. 진도 7의 강진이 아카시해협 부근을 진원지로 효고현 남부를 덮쳤다. 고베가 가장 큰 피해를 보았으며 사상자 4만여 명, 피해 건물 24만7천동, 재해 세대 44만4천가구에 이르렀다. 당시 10조엔이란 천문학적 피해를 남긴 일본의 큰 상처이기도 하다.
당시 고베항은 아시아 제1항을 자부하며 고도 성장을 이루고 있었지만 지진으로 한국 부산항에게 그 위치를 내주기도 했다. 일본은 그 상처를 기억하고 고베 시민들의 노력 등을 담아내기 위해 고베항 일부 피해시설을 그대로 남겨두고 그곳에 '고베항 지진피해 메모리얼 파크'를 조성했다.
고베항 메모리얼 파크는 일본 학생들이 꼭 가봐야 할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고 관광객에게도 일본의 과거와 아픔, 회복, 미래 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이 파크 인근에 대형 숙박시설과 휴양시설 등을 건설하며 성공한 재건 결과물을 관광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경북 역시 산불과 지진 등 자연재해를 입고 현재까지도 복구를 진행하는 곳이 많다. 재건 역시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피해를 당하고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또한 더 큰 의미를 얻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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