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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에 피해자가 보낸 돈 전달한 경찰 '징역 1년 4개월'

불법대출 과정에서 경찰 신분 노출, 문제될까 범행 가담
피해금액만도 못한 합의금 제시, 이마저 코인으로 날려

대구지법 법원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법원 전경. 매일신문 DB

보이스피싱 범인을 잡긴커녕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보낸 돈을 조직에 송금해 준 경찰관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형사2단독(이원재 판사)은 23일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한 혐의(사기 방조)로 기소된 경북경찰청 소속 경찰관 A(42) 경사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1월 1일 자기 계좌에 들어온 3천만원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이스피싱 조직원 지시에 따라 이들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상자산 투자에 빠져 전재산을 날린 상태에서 편법 대출을 알아보다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결된 것이다.

A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의 계좌로 들어온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란 걸 인지했음에도 송금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법적인 대출 상품을 이용하면서 자신의 신분증이나 직장 정보 등을 넘겨준 것이 문제가 될까 염려한 탓이었다.

범행이 발각된 이후에도 반성하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긴커녕 '꼼수'로 책임을 피하는 데 집중했다.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형사처벌 위기를 모면하려고 담당 수사관에게 경찰 신분을 밝히며 수사 무마를 청탁한 것이다.

반대로 피해자에게는 자신의 경찰 신분을 숨기고 피해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합의금으로 제시했다. 지인들에게는 피해자가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한다며 3천만원을 빌렸는데, 이마저 모두 코인 투자로 날려 피해회복도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검찰 역시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난 2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15년 이상 경찰관으로 재직한 피고인이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범행했고,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만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속인 것은 아니고 금전적 이익을 얻은 부분이 없는 점, 초범인 점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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