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국유사 속 ‘미탄사’ 위치 확인…황룡사 남쪽 규모·건물배치 확인

"신라왕경 내 사찰과는 다른 가람배치 특징…삼층석탑의 건립 시기도 새로 확인

경주 미탄사지 삼층석탑 전경. 문화재청 제공
경주 미탄사지 삼층석탑 전경. 문화재청 제공

그간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경주 미탄사(味呑寺)의 규모와 건물 배치 방식 등이 발굴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2018년부터 경주 미탄사지 삼층석탑 주변을 발굴 조사한 결과, 사찰이 차지하는 구역과 (건물) 배치를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미탄사는 기록으로만 전할 뿐 오랜 기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삼국유사'에 '황룡사 남쪽에 있는 미탄사'란 기록이 있다. 2013년 미탄사지 삼층석탑 주변 발굴 조사에서 '미탄'(味呑)이라는 글자가 있는 기와가 나오면서 실체가 확인됐다.

조사 결과 미탄사는 8세기 후반 기존 황룡사지 남쪽 신라방 내 가옥에서 사찰로 전환돼 13세기까지 운영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신라 왕경(王京)이나 지방 거점 지역에서는 원활한 통치를 위해 각 지역을 일정한 영역으로 나누는 방리제(坊里制)를 적용했는데, 미탄사는 방내 도로로 구획된 곳에 있었다. 절의 규모는 세로 약 160m, 가로 약 75m, 면적으로는 1만2천㎡로, 방리제 기준으로 보면 한 방의 절반 정도 규모다.

과거 미탄사엔 삼층석탑과 금당지를 비롯한 여러 동의 부속 건물, 정원 연못인 원지, 우물 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 영역은 삼층석탑과 금당으로 구성된 예불공간, 승려들이 사는 승방과 부속 건물 등으로 구성된 생활공간, 원지 일원의 후원공간으로 나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 미탄사지 내 금당지 발굴 모습. 문화재청 제공
경주 미탄사지 내 금당지 발굴 모습. 문화재청 제공

특히, 미탄사는 문으로 추정되는 터, 탑, 금당이 남북으로 배치됐는데, 금당이 탑 중심축에서 벗어나 있어 전형적 신라왕경 내 사찰과는 다른 가람배치를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8세기 후 신라왕경의 도시가람으로 지어진 귀족층 원찰(願刹,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해 건립한 사찰)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통일신라시대 왕경 사찰 연구에 있어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삼층석탑의 건립 시기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나말여초(신라 말기∼고려 초기) 시기의 석탑으로 여겨졌으나, 아랫부분을 조사한 결과 8세기 후반에 건립됐음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30일 오후 2시 발굴조사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발굴조사 성과를 공개한다.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