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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피해 입고도 이재민 돕기 힘써"…안명순 예천은효적십자봉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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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 은풍면 송월리 주민…16일 산사태 겪었지만 다행히 마당 주변 흙 차오르는 피해만
마당, 우사, 벌통 등 집 주변 정리는 남편, 아들에게 맡기고 봉사회원들과 이재민 배식봉사

안명순(62) 예천은효적십자봉사회 회장이 18일 예천군 공설운동장에서 이재민과 구조대원에게 줄 점심식사를 만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제공
안명순(62) 예천은효적십자봉사회 회장이 18일 예천군 공설운동장에서 이재민과 구조대원에게 줄 점심식사를 만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제공

"저는 가족들도 무사하고 집도 멀쩡하잖아요. 가족·이웃 잃고 세간살이도 잃어 더 어려운 주민이 많은데 조금이라도 젊은 제가 앞장서 도와야죠."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입고도 주위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봉사활동을 펼치는 인물이 있다.

안명순(62) 예천은효적십자봉사회 회장은 18일 오후 이재민과 구조대원들이 먹을 점심식사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지난 16일 오전 2시 산사태로 자신의 집 주변 일대가 묻히거나 떠내려간 것을 코앞에서 본 피해 주민이기도 하다.

안 회장이 사는 은풍면 송월리 집은 평지에서 산 위로 좀 더 올라가야 있는 곳이다. 산비탈 위쪽 지형이 무너져 내려오면서 대량의 흙이 그의 집 위쪽에 있던 이웃집과 논을 지나 그의 집 마당을 발목까지 채웠다.

너무 무서웠다. 집 마당에 있던 차량 바퀴가 반쯤 차오를 지경이었다. 주변 집들은 정전돼 어두컴컴했고, 산 아래 마을회관에선 이장이 대피방송을 했다.

남편이 집 주변에 물길을 내야 더 피해를 입지 않을 거라며 밖으로 나가려 하자 '위험하다 나가지 말라'며 뜯어말렸다.

마을회관으로 향하는 길마저 토사에 가로막혔던 탓에 안 회장은 집에 꼼짝없이 앉아 다음 조치를 기다려야 했다. 그날 아침 중장비가 들어와 작은 길을 내주면서 고립됐던 이들이 산 아래로 대피할 수 있었다. 그의 지인을 비롯한 많은 이웃이 실종됐다는 말도 들려왔다.

안 회장은 "봉사회장으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의 집은 다행히 마당과 집에 물과 토사만 조금 차올랐을 뿐 큰 피해가 없었다. 소 축사에 물이 차고 양봉 벌통도 나무와 함께 쓰러지긴 했지만 남편과 아들이 집 주변 뒷정리를 하겠다고 했다.

이에 그는 지난 사고 당일인 16일 이후 사흘 째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구호차량과 함께 이재민 돕기에 나섰다. 봉사회원 30여 명과 적십자 회원들과 함께 예천 공설운동장에 모인 이재민 수백 명, 소방 등 구조대원들에게 식사 배식과 배달을 주로 하고 있다.

식사 시간 외에는 어르신들 말동무를 해 드리거나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 마을회관에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손수 나서서 장도 보러 다니고 있다. 재난 피해가 어느 정도 복구될 때까지는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그 또한 피해 주민인데도 고생스럽지 않냐는 주변 질문에는 "내가 입은 건 피해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답했다.

안 회장은 "세간살이 하나 없이 집 째로 잃은 분도 너무 많다.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을 잃었거나 재산피해가 큰 분이 너무 많다. 더 많은 분들이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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