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날줄과 씨줄로 엮이면서 굴러간다. 멀리서 보면 단조롭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똑같은 삶은 없다. 이러한 이치를 땅에서 깨달은 젊은 농부가 있다. 그는 농사를 통해 얻게 된 식물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삶의 모습 또한 다양함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꿈꾸고 실천한다.
경북 상주의 '스테이지 파머스룸'은 농사를 통해 나는 작물들을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곳을 운영하는 이동우(29) 대표는 지역의 자기 또래의 젊은 농부 2명과 함께 '스테이지 파머스룸'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자신의 농사와 함께 이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스테이지'라는 단어는 '무대'라는 뜻이 아니라 '머무르다'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 '스테이'(Stay)에 한자 땅 지(地)를 붙여 만든 합성어라고. 농촌이 사람이 떠나가는 곳이 아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동우 대표가 '스테이지 파머스룸'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농작물의 다양함을 통해 삶의 모습 또한 다양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농산물의 품종은 한 작물 당 100여가지나 될 정도로 다양해요. 품종 마다 느낄 수 있는 맛도 다 다른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일상 속에서는 이런 차이를 경험하기가 쉽지 않아요. '스테이지 파머스룸'의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농작물의 품종이 매우 다양하게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또 그게 삶의 다양한 모습과도 연결돼 있기도 하니까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이 대표는 '스테이지 파머스룸'을 통해 계절별로 제철 농작물의 다양한 품종을 체험하고 이를 즉석에서 다양한 제품으로 가공해보는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의 농업인들과의 교류도 꾸준히 진행하면서 홍보와 판매의 장으로 연결시키는 작업도 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달이나 계절마다 바뀌는데, 이달에는 텃밭 농산물을 이용한 피자만들기 체험을 진행하며, '네이버 예약' 서비스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지금은 청년 농부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사실 이 대표가 농부의 삶을 택하기까지는 나름의 기구한 사연이 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탓에 중· 고등학생 때 학교 폭력의 피해를 당했었어요. 맞아서 시신경을 다쳐서 1.0이던 시력이 0.1까지 떨어지기도 했어요. 10대 시절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 때만 하더라도 농사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부지런해야하고 힘든 모습도 봐 왔기에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농사를 택한 건 결국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사람과 크게 부대끼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0대 시절에 겪었던 아픔은 '스테이지 파머스룸'을 품종의 다양성을 소개하는 장으로 만드는 동인이 됐다. 품종의 다양성을 통해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삶의 다양성 또한 알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취향과 삶의 모습을 존중해야 함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스테이지 파머스룸'의 체험을 통해 사람들이 농사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저희가 농장 체험을 준비할 때에는 경험적 요소를 많이 강조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햅쌀로 밥짓기' 체험 프로그램을 한다면 벼를 직접 베어도 보고, 옛날 탈곡기로 탈곡도 해 보고 도정한 다음 밥을 짓는 식이죠. 그러면 밥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과정 중 일부를 겪어보는 거잖아요. 농산물을 수확하고 이를 가공하는 과정을 통해 농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농사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시켜나가는 게 지금의 목표고, 앞으로는 생산량과 수익창출에 대한 부분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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