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이 휩쓸고 간 경북 각지 과수원에서 낙과 피해가 잇따랐지만, 농민들은 농산물재해보험 규정이 불합리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울상짓고 있다. 보상 관련 약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경북 영주시 부석면 일대 사과원들은 이번 태풍에 따른 낙과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부석면 사과 재배 면적은 691㏊로 영주시 전체 사과 재배 면적(3천353㏊)의 20%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임곡 1·2리, 소천 1·5·6리, 노곡 2리, 북지 1·2리 등 55㏊에 낙과 피해가 집중됐다.
떨어진 사과는 대부분 추석 명절을 전후해 출하할 시나노 골드와 홍로 품종으로 나타났다.
영주 농민 A씨는 태풍과 낙과에 대한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상 규정이 미흡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A씨는 피해 과일에 대한 재해보험 보상 때 실거래가와 물가 상승률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평년 가격 기준으로만 보상해 피해 보전에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A씨는 "올해 여름 아오리 사과의 공판장 수매 가격은 20㎏ 한 상자 기준으로 높으면 12만원까지 받았다. 그러나 보험은 1㎏당 2천원을 약간 웃돌게 계약돼 한 상자당 4만~5만원 정도로 적게 보상받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피해보상액에 대한 자부담률 20%가 지정돼 있다는 것도 보상액을 낮추는 요인이다.
A씨는 "농민 책임이 전혀 없는 자연재해에 자부담을 두는 것도 문제고, 자부담 비용을 산출할 때 과수원 전체를 기준으로 해 멀쩡한 면적도 포함되며 결국 보상금이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농민 B씨는 우박 등 다른 자연재해에 비해 태풍 피해에 대한 보상 규정이 너무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우박 피해는 수확 후 원인 조사를 거쳐 추가 보상을 해 주지만 태풍 피해는 과일에 흠집이 나는 등 상품 가치가 떨어져도 추가 보상 한도가 최대 7%로 고정돼 있어 피해 보전에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원 영주시의원은 "천재지변으로 어쩔 수 없이 보험금을 받는다 해도 자부담액과 다음해 보험료 할증은 결국 농민들의 몫"이라며 "보상 시 올해 시세를 적용하도록 불합리한 보상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는 적은 보상마저도 받지 못한다.
청송군에 따르면 이날 집계 기준 지역 농가 30여 곳 23㏊에서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주왕산면에서만 25개 농가에 피해가 집중됐으나 상당수 농가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송 농민 C씨는 "긴 장마 이후 태풍이라 나무가 약할 때 피해를 봤다. 잘 견딘 사과에 집중해 손해를 만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피해 농가의 사과를 전량 긴급 수매할 방침이다.
도에 따르면 이번 태풍에 따른 도내 사과 낙과 피해 면적은 지난 11일 기준 375㏊(낙과 352㏊, 침수 23㏊)로 잠정 집계됐다.
도는 대구경북능금농협과 긴급 협의해 수매를 희망하는 모든 사과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20㎏ 상자당 1만원에 피해 사과를 사들인다. 대상 물량은 4천톤(t)으로 추정되며, 사업비는 20억원이다.
수매 사과는 대구경북능금농협 가공공장에서 음료로 만들어 시중에 판매한다. 도는 앞서 지난 7월 수확을 앞두고 우박으로 피해를 본 사과 240t을 수매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농가들이 태풍 피해로 상실감과 허탈감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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