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주시, 中·北 침략군 군가 작곡자 정율성을 기리다니…

정율성 역사공원 백지화 여론…국힘 광주시당 "전면 백지화해야"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고 귀화…정부·여권 반대 목소리 높아
박민식 보훈부 장관, "전쟁 위문공연단 조직해 중공군 위로한 사람" 비판
행안위 국힘 의원들, "침략자 역사공원 고집하면 강력 대응" 경고
강기정 광주시장,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23일 오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생가 인근에 조성된 정율성거리에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전날 SNS에 글을 올려
23일 오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생가 인근에 조성된 정율성거리에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전날 SNS에 글을 올려 "정율성은 공산군 응원대장이다"며 광주시가 추진 중인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의 철회를 요구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에 "정율성 선생은 시진핑 주석이 한중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꼽은 인물이다. 적대 정치는 그만하고 우정의 정치를 시작하자"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과 정부는 물론 지역 정치권에서도 기념공원 조성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율성, 북한군 대한민국 침략 공헌"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25일 논평을 내고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광주시당 측은 "정율성은 중국 공산당의 '팔로군 행진곡'과 북한군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만들어 6·25 때 중공군과 북한군의 대한민국 침략에 공헌했다"며 "광주 태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일운동가, 음악가로 포장해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주 시민 혈세를 들여 정율성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6·25 참전 호국영령에 대한 모독이자 민주주의 수호에 가치를 둔 5·18 정신과도 극명하게 배치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14년 태어나 1976년 세상을 떠난 정율성은 1939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해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6·25 전쟁 당시 중공군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한 후 중국으로 귀화했다. 2009년 중국 정부가 선정한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과 중국 교류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이에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생가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연말까지 48억원들 들여 완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22일 SNS에 글을 올려 정율성에 대해 "해방 후 북한으로 귀국해 조선인민군 구락부장을 지냈으며, 인민군 협주단을 창단해 단장이 됐다"며 "그가 작곡한 조선인민군 행진가는 한국전쟁 내내 북한군 사기를 북돋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6·25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한 사람"이라며 "김일성도 항일운동을 했으니 기념공원을 짓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라며 광주시의 공원 조성 계획을 비판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22일 광주광역시의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22일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해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박 장관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정율성이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이라며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문 정부 국가유공자 공적심사서 '부결'

국가보훈부는 항일운동가로 소개되고 있는 정율성이지만, 문재인 정부시절 국가유공자 추서 절차를 밟았다가 공적심사에서 부결된 사실도 공개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정율성의 조카 박모 씨가 2017년 12월 말 경기남부보훈지청에 정율성에 대한 포상 신청을 냈다.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12월 15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연설하며 "광주시에는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정율성로'가 있다"고 언급한 이후다.

당시 국가보훈처(현재 보훈부)는 2018년 4월 공적심사를 했으나 활동 내용의 독립운동 성격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결됐다고 한다. 보훈부 측은 심사 과정에서 독립운동 공적이 발굴되기보다 해방 이후 북한 관련 활동이 너무 명백히 드러났다는 설명도 더했다.

여권에서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반국가적 테러'로 규정하며 강기정 광주시장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24일 논평에서 "국민 혈세 48억원을 들여 공산주의 앞잡이, 북한 영웅의 기념공원을 짓겠다는 광주시와 관계자들은 공산주의 정신을 기리고 싶은 간첩이 아니냐는 국민 비판이 뜨겁다"고 꼬집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행안위원들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만약 '침략자 역사공원'을 고집한다면 지방자치 행정 전반을 다루는 행안위 차원에서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행정안전부는 최근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광주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사자 유족도 강 시장에게 항의를 하고 나섰다. 고(故) 서정우 하사 모친인 김오복 여사는 지난 23일 강 시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호국 유공자는 무관심하면서 북한·중국 공산 세력을 도운 인물을 기념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보훈 가족에게 피눈물 나게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사업"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야권, "공과(功過)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이 같은 전방위적 비판에 야권에서는 평가와 공과(功過)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강 시장은 지난 23일 SNS에 "음악가 정율성 동요제를 이어온 것은 18년째고 정율성 공원은 6년 전 계획해 올해 연말 완성 예정"이라며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논의하자. 보훈부도 논란을 멈추고 그에 대한 평가와 공과는 역사에 맡기는 게 지혜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율성기념사업회도 지난 24일 "한중 문화교류를 위해 정율성 생가가 필요하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며 "20여년이나 이뤄진 기념사업을 하루아침에 중단하는 것도 한중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지나친 이념 논쟁을 벌이는 것도 좋지 않다"고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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