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가속화하며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이후 2018년에는 고령층 비중이 14%를 넘어서 '고령사회'가 됐다. 오는 2025년에는 전체 인구 5명 중 1명(20%)이 고령인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는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생산가능인구'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대비 2047년 대구의 생산가능인구 감소율은 –43.4%로, 부산(-45.6%)에 이어 가장 큰 폭의 감소가 예측됐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역 제조업 현장에서 '베테랑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경제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베테랑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정밀 파이프 생산기업 '스틸에이' 현장에는 정년을 훌쩍 넘긴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고령의 나이에도 활기찬 모습이었다. 정든 일터를 떠나지 않고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면에서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이곳에서 만난 임병한(68)씨는 "크게 중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요즘엔 또래 중에 정년이 지났다고 집에서 쉬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대다수가 일을 하거나 혹은 하고 싶어 한다. 연금만으로 생활하는 게 빠듯하고 생활비에 보탬이 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직장 동료인 전종길(66)씨도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크다"면서 "어느 정도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일인데 아직 내가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쁜 마음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정년이 지났다고 바로 손을 놓으라고 하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 같다"고 했다.
스틸에이는 정년과 관계없이 근로자가 원하면 근속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숙련도를 지닌 베테랑들이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진 스틸에이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숙련공이 현장을 지키는 점은 매우 감사한 일"이라며 "중소기업 제조현장은 잦은 이직과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지역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정년이 지났다고 곧바로 퇴직 처리하지 않고 의사를 물어보고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고용 규모는 줄었지만, 꼭 필요한 자리는 채워야 한다.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베테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 인생 2막 위한 교육훈련 확대해야
정년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훈련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 일자리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퇴직자가 기술을 배워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업능력개발훈련 참여율은 저조한 현실이다. 통계청이 55~79세 취업실태와 구직활동 특성 파악을 목적으로 시행한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1년간 직업능력개발훈련 참여자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참여경로는 사업주 제공훈련을 받았다는 비율이 78.6%로 개인 훈련을 실시한 근로자와 큰 격차를 보였다. 대부분 기업에서 제공하는 교육에 의존하고, 개별적으로 받는 교육 기회는 적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고령층의 숙련, 경험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고용노동부는 '제4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2023~2027년)'을 추진한다. 기업의 자율적인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계속고용장려금을 확대하고 통합형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중심으로 재취업과 능력개발지원도 강화한다. 산업별 컨설팅·직무훈련을 제공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무능력 향상 교육을 거쳐 취업을 연계하는 형식이다. 단순 업무 위주의 단기 일자리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고령층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하려 민간기업 진출을 확대한다.
대구시는 고령층은 물론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혁신전문인력 채용지원사업'은 전문성을 갖춘 40~64세 근로자 채용 시 인건비를 지원한다. 또 '신중년 기업뉴딜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퇴직 전문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돕는다.
최문도 대구시 고용노동정책과장은 "이전과 달리 퇴직 후에도 경제활동을 할 능력이 되는 인구가 늘었다. 인력난 해소 차원에서도 이런 수요를 적절하게 수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대구도 중장년층 취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이에 대응한 고용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노동공급의 추세적 변화에 대한 평가 및 전망'을 통해 "고령화에 대응해 노동공급의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 개선에도 중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직업훈련체계의 경우 경제구조 변화에 노동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고도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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