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한번 측정해 주세요."
28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동(매천시장)에 지름 약 10cm에 이르는 빨간색 원 모양의 방사능 간이 측정기가 등장했다. 지난 24일부터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자 매천시장 상인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매천수산시장대표자연합회 박상규(48) 사무국장이 측정기를 수산물에 갖다 대며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자 이를 지켜보던 상인들은 앞다퉈 측정을 요구했다. 상인들의 성화 속에 박 국장은 이날 약 1시간 동안 시장 곳곳을 돌며 방사능 측정을 이어갔다. 화면에는 0.12마이크로시버트(μSv/h) ~ 0.16μSv/h 사이의 숫자들이 잇따라 표시됐다.
박 국장은"이 정도는 공기 중에서도 측정되는 수준"이라며 "방사능 수치가 0.3이 넘지 않는 이상 안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수산물을 즉시 측정해 손님들이 안심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자체 방사능 검사가 처음 시작되자 상인들과 수산물을 사러 온 시민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검사 모습을 지켜봤다. 매천수산시장대표자연합회는 오염수 방류 계획이 확정된 지난 22일 해양수산부의 자문을 얻어 방사능 간이 측정기를 1대 구입했고, 추가 구입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매일 유통되는 수산물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가족끼리 먹을 전어회를 사고 있던 배종환(81) 씨는 "아무래도 오염수가 방류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과학적으로도 안전하다고 하고, 이렇게 직접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며 "최근에 전복 등은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 해 천천히 둘러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상인 정훈주(45) 씨는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는 상황에 우리가 최소한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방사능 간이 측정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판매하는 제품들의 방사능 수치를 당장 눈앞에서 볼 수 있으니 나도, 손님도 안심하고 거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더 늦기 전에 추석 장을 보러 왔다는 고현숙(48) 씨는 "다들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년보다 일찍 명절 장을 보러 왔다"며 "들어오면서 자체 방사능 검사를 진행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조금은 안심이 됐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수산물 구입을 망설일 것 같다"고 말했다.
고중근 매천수산시장대표자연합회 회장은 "앞으로 열흘 정도가 지나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의 제품들이 들어올 텐데 더더욱 방사능 검사의 고삐를 당길 것"이라며 "지금도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은 가리비 등 2~3개밖에 되지 않지만, 혹시라도 방사능 성분이 검출될 시에는 자체적으로 일본산 품목 수입 제한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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