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 정치권 친윤 깃발 아래 제각기 인연으로 '헤쳐모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구자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구자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TK)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전원 친윤계를 자처하면서도 당내 일부 실권자들과의 인연 및 친소관계를 바탕으로 친윤계 내 여러 분파(分派)를 형성하고 있다.

먼저 김기현 대표의 최측근으로는 비서실장인 구자근 의원(구미갑)이 첫 손에 꼽힌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 주말 구 의원과 함께 구미에서 1박 2일 비공개 일정으로 지역 재계 및 종교계 인사를 만나는 등 밀착 동행을 이어갔다.

대구에선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이 대표적인 '김기현의 사람'으로 불린다. 지난 4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할 때 TK 정치권에서 유일하게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옹호, 돈독한 관계를 드러냈다.

구·김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때 각각 경북과 대구에서 앞장서 김 대표를 물밑 지원한 바 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김 대표가 울산시장일 때 행정자치부와 대구시청에서 근무하며 교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 전략기획부총장을 맡는 등 최근 신핵관(신윤핵관)으로 급부상한 박성민 의원은 강대식 의원(대구 동구을)과 '자타공인' 막역한 사이다. 1959년생 동갑내기인 박·강 의원은 민선 6기(2014~2018년) 울산 중구청장과 대구 동구청장을 각각 지내며 친분을 쌓아오다 이번 21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강 의원이 김기현 체제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에 깜짝 발탁된 배경엔 박 의원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금희 원내대변인, 권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금희 원내대변인, 권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원조 윤핵관이면서 현재는 2선으로 물러난 권성동·장제원 의원과 가까운 TK 의원들도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 시절 원내대변인으로 발탁된 양금희 의원(대구 북구갑)과 원내부대표를 맡은 한무경 의원(비례대표)은 대표적인 권성동계다. 양·한 의원은 권 의원의 부인과도 교류가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권성동 원내지도부 당직을 기준으로 ▷원내수석부대표 송언석(김천) ▷원내대변인 박형수(영주영양봉화울진) ▷원내부대표 김병욱(포항남울릉)·윤두현(경산)·홍석준(대구 달서구갑) 의원 등도 권 의원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장제원 의원의 TK 정치권 측근으로는 정희용 의원(고령성주칠곡)이 거명된다. 장·정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비서실에서 각각 비서실장과 정무1팀장으로 당선인을 보좌하며 한솥밥을 먹었다. 인수위 특별보좌역을 지낸 김정재 의원(포항북) 역시 장제원계로 분류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3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재 의원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3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재 의원 페이스북

반면 지난해 대선과 경기도지사 선거 이후 TK 정치권 내 유승민계는 사실상 공중 분해돼 뿔뿔이 흩어졌다. 이준석 대표 시절 수석대변인에 임명되며 한때 이준석계로 분류됐던 김형동 의원(안동예천)도 현재는 이준석 전 대표와 일정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이처럼 TK 초재선 의원 상당수가 '헤쳐 모여' 행보를 보이는 것과 반대로 계파색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의원들도 있다. "계파 정치 자체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공언하는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구병)이 대표적이다.

또 일부 의원들은 당 안팎의 정권 실세들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며 특정인과의 밀월설을 극도로 경계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선 정기국회 이후 본격화되는 총선 국면에서 이 같은 무리 짓기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당정 지지율 등락, 야권발 정계 개편, 당내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지금까지 구심점이 돼 온 실세와 함께 인적 쇄신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 실력자의 이름을 딴 00계로 불리며 다음 공천을 장담한다고 봤던 의원이 공천 국면에선 순식간에 교체 대상이 되고, 계파색이 거의 없던 의원은 깜짝 재공천을 받아내는 게 국민의힘의 TK 공천 역사"라며 "또 내년 4월 총선까지 수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클러스터링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를 판단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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