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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신고에 지쳐가는 경찰…쏟아지는 대책도 현장반응은 ‘글쎄’

살인예고글 이어 112 신고도 작년 대비 늘어나…치안 수요 급증
정작 인력은 본청, 본서에 쏠려있어
'저위험 권총' 도입돼도 발포 가능할 지 의문도

지난 7일 대구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경찰이 테러와 강력범죄에 대비해 순찰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7일 대구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경찰이 테러와 강력범죄에 대비해 순찰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서울 신림동과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살인 예고글과 112 신고가 늘면서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찰 조직개편과 저위험 권총 보급 등 대책을 논의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전국적으로 발견된 살인 예고글은 476건으로 이 중 작성자 235명이 검거됐고, 23명이 구속됐다. 대구에선 9명이 검거됐고 구속된 사람은 없다.

문제는 장난성 살인 예고글에도 많은 경찰이 투입되면서 업무 강도가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 5일에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 200명이 동원됐고 6일에는 대구국제공항에 폭탄 테러를 예고하는 글로 경찰 특공대가 투입됐다. 특별치안활동 기간 동안 대구에 투입된 경력은 1만3천800명에 이른다.

시민들의 불안한 심리는 112 신고로도 드러난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28일까지 112 신고 합계는 모두 16만4천94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14만8천258건보다 11.25% 많은 수치다.

지역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은 "최근 살인 예고글, 흉기 난동 의심 신고 등이 많아지면서 출동 횟수가 잦아지고 순찰이 강화됐다"며 "조직 전체가 긴장 상태"라고 말했다.

수사 인력을 대폭 줄여 지구대·파출소 인력을 충원한다는 정부 대책에도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62곳의 지구대·파출소에는 정원 2천383명보다 95명 적은 2천288명이 근무하고 있다. 반면 10개 경찰서 본서의 근무 인원은 2천530명으로 정원 2천380명보다 150명 많다.

지역의 한 간부급 경찰은 "치안과 수사 어느 곳에서 인력을 빼 다른 곳에 넣겠다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행정 업무를 플랫폼과 IT 기술로 대체하고 그 인력을 현장으로 보내야 한다. 본청과 본서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력 배치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보급하겠다고 공언한 '저위험 권총'도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의 한 지구대 팀장은 "과거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테이저건을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현장에서는 사용을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며 "'저위험 권총'이 보급돼도 정작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대책들이 논의되면서 앞서 언급됐던 의경 재도입은 후순위 대책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류준혁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미 경찰 조직 내에서 의경 폐지를 염두에 두고 인력을 대거 뽑았던 만큼 경찰 안에서 해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논의되고 있는 방안들 역시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려 결정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치안 데이터 수집을 통해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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