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범도 흉상' 철거 놓고 육사 안팎서 찬반 가열

군 당국과 육사총동창회 등은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 등 문제 삼아
독립운동단체 '군이 왜 본분 망각하고 이념논쟁 조장하느냐!' 일갈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에서 사관생도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 그리고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의 흉상. 연합뉴스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에서 사관생도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 그리고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의 흉상. 연합뉴스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육사)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군 당국과 여당 국방위원, 육사총동창회 등은 홍 장군이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이 있어 육사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며 이전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독립운동 단체들은 '반(反) 역사적·민족적 범죄행위'라고 강하게 반발 중이다.

특히 일제가 국권을 강탈한 '경술국치' 113주년(29일) 즈음이라 양측의 공방을 더욱 불을 뿜을 전망이다.

군 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육사 생도 교육시설(충무관) 앞에 설치된 독립운동 영웅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다 최근 논란이 불거지자 홍 장군 흉상만 철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방부는 29일 입장문을 통해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여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하면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도 "6·25 전쟁은 소련의 지원으로 북한이 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련 공산당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사총동창회 역시 "역사적 평가가 상반되는 인물의 흉상에 육사 생도들이 거수경례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립운동 단체들은 군이 국가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등한시하고 때 아닌 이념논쟁에 뛰어들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27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이냐"고 일갈했다.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도 이날 육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떤 이유로도 부정할 수 없는 고귀한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말살하려는 의도는 반국가적, 반역사적, 반민족적 범죄행위라는 것을 국방부와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역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흉상을 철거하는 것은 독립운동가에 모멸감을 심어주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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