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잇따르는 흉기난동범죄, SNS 숏폼·언론서 빈번한 재가공… 대책은?

지난 26일 발생 흉기난동 사건…영상 업로드 되자 조회수 폭발
SNS·언론서 범죄사전 재가공 일파만파…이용자 "피로감 느껴"
전문가 "간접트라우마·모방범죄에 영향, 강력한 처벌도 해야"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서현역의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인터넷에 살인 예고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는 8일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서현역의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인터넷에 살인 예고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는 8일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따르는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된 영상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간접 트라우마'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론과 SNS에 퍼지는 충격적인 동영상 등이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26일 저녁 서울 은평구 갈현동 주택가에서 가방 등에 8점의 흉기를 소지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주변을 위협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은 여러 버전으로 인터넷 공간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한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6만3천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발생한 조선의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 인터넷에 떠도는 수십 건의 흉기 사건 관련 영상과 글은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직장인 유예린(28) 씨는 "흉기난동 영상을 SNS로 우연히 접한 후 SNS 사용을 주저하게 됐다"며 "흉기난동 예고글이나 각종 모방범죄가 많아지는 데 SNS의 역할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언론보도가 모방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하천변에서 발생한 강간미수 사건은 불과 6일 전인 17일 벌어진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과 유사해 모방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상운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언론과 SNS상에 여과없이 퍼지는 흉악한 영상이 모방범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실제로 서울 신림역 사건과 분당 서현역 사건 이후 모방범죄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SNS 등은 1020세대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만큼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운선 경북대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분노 등 자신의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뇌의 영역이 성인보다 덜 발달된 상태라 자극적인 영상을 접할 경우 문제적인 행동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흥미나 조회수를 위해 영상을 업로드한 사람들을 강력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류준혁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SNS 등에 흉기난동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은 조회수를 높여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하는 의도가 짙다"며 "감시를 강화하고 강력 처벌하는 모습을 공공연히 보이면 가벼운 마음으로 업로드하는 사람들도 차차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죄 영상이나 사진을 보도하는 언론 역시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등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조회수가 중요한 언론 지형에서 선정적인 사건을 경쟁하듯 보도하는 것이 2차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며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고 더 나아가 자체 위원회를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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