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살인자 아들" 의정부 교사 극단선택 부추긴 가족 '신상털기' 논란

지난 2021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 의정부 호원초 교사 이영승(당시 25세)씨. MBC 보도화면 캡처

2년 전 경기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두 명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해당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이 공개되고 있다. 악성 민원으로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지만, 사적 제재에 대한 논란도 나오고 있다.

18일 인스타그램에는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이영승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계정이 확인됐다. 이 계정에는 중년 여성의 사진과 남학생의 졸업사진, 또 해당 학생의 현재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들도 올라와 있다.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호원초 교사였던 고 이영승(당시 25세) 씨는 지난 2021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씨는 부임 첫해인 2016년 수업 도중 한 학생이 페트병 자르기를 하다가 손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업 중에 발생한 사고여서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00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해당 학부모의 보상 요구는 지속됐고, 학교 측은 군대에 들어간 이 씨에게 책임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휴직하고 군 복무를 하던 중에도 학부모의 민원 연락을 받아야 했다.

이와 관련해 폭로 계정은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1편 '페트병 갑질 학부모'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며 "2016년 임용된 교사가 2021년 12월 8일 스스로 몸을 내던지셨다"고 했다.

이어 "선생님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억울한 거 모두 밝혀드리겠다"며 "학교에선 단순 추락사로 처리했다. 이영승 선생님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자.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군대에 간 이영승 교사에게 3년 뒤에도 전화해 보상 내놓으라고 (요구한 학부모)"라며 "준비성 없이 터트린 거 아니다. 지우고 도망가도 늦었다"고 했다.

해당 계정 외에도 인스타그램에는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다른 글도 올라왔다. 이 계정에서는 가해 학부모의 자녀가 재학 중인 대학교에 찾아가 사건 개요와 함께 '학생이 자퇴하길 바란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 사진이 올라왔다. 특히 이 피켓에는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글도 담겼다.

해당 게시물에 네티즌들은 "엄마 덕분에 유명해졌으니 엄마를 미워하라", "죄 평생 갚고 살길 바란다" 등 분노했다.

반면 사적 제재를 합리화하고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사건과 무관한 이들이 허위 사실로 피해를 보는 것도 적잖다는 설명이다.

앞서 경기교사노조 등 5개 경기지역 교원단체는 연대 성명서를 내고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