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의 날인 10일 오후 2시. 대구 도시철도 1‧2호선 전동차마다 2개씩 마련된 임산부 배려석은 중년의 남성과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1호선 현충로역에서 2호선 만촌역까지 모두 11개 역을 오가는 1시간 동안 임산부 배려석이 모두 비어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날 오전 8시쯤 탑승했던 840번 시내버스도 교통약자석이 8개(25인승 기준) 있었지만 자리의 주인은 대부분 학생과 중년층이었다. 시내버스는 교통약자석을 노약자와 장애인, 임산부가 모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임산부들이 양보받기는 더 힘든 환경이었다. 1년 전 출산을 한 심모(42) 씨는 "한가한 시간대에도 비임산부가 배려석에 앉아 있었을 때가 많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출생 문제 해결에 일조하고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를 정착한다는 취지로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된 지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임산부들에겐 '그림의 떡'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부분이 임산부들이 배려석을 양보받지 못했고, 자리다툼까지 발생하는 등 불편을 호소했다.
임산부 배려석은 2008년 서울시 버스관리과의 해피버스데이(HappyBusDay)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2009년 9월 서울시가 처음으로 시내버스에 임산부 배려석을 도입했고, 2013년 12월 서울 지하철에도 도입된 후 전국에 확산됐다.
문제는 임신 초기의 경우 외관상 구분이 쉽지 않아 선뜻 좌석을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10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전국 임산부 1천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산부 배려 인식 및 실천 수준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임산부의 44.1%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가장 부정적인 사건으로 '대중교통 배려석 이용'을 꼽았다.
임산부 배려석을 항상 비워둬야 하는지도 여전히 논쟁적이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비워둬야 한다는 의견과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상태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항상 비워둬야 한다'는 응답은 51%에 머물렀다. 출·퇴근 시간대로 한정하면 오히려 자리를 비워둘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더 우세했다.
일부 지자체는 임산부 전용 자리 양보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부산과 대전은 '비콘'이라는 무선발신기를 소지한 임산부가 지하철에 탑승하면 차량 내 수신기에 핑크색 불이 켜지고 "자리를 비워주시기 바란다"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구체적인 '사용 설명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산부는 인구 절벽 문제에 직면한 한국 사회가 당연히 배려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다만 국가가 강제력을 행사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비워두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