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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로페이 없어지나…존폐 기로 선 지역사랑상품권

행안부 내년도 지역화폐 사업 예산 전액 삭감
대구시 12월쯤 '대구로페이' 사업 방향 논의
"시비 부족, 국비 없으면 사업 중단 가능성도"

대구의 지역화폐
대구의 지역화폐 '대구행복페이'(왼쪽)와 '대구로페이'. 대구시는 2020년 6월 대구행복페이 발행을 시작했고 지난 7월 모바일 기반 형태의 대구로페이로 전환했다. 정은빈 기자·사진 대구시 제공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대구시의 '대구로페이' 시행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행정안전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전체 72조945억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사업 효과가 지역에 한정되는 지방자치단체 고유 사무에 가까운 만큼 지자체가 재원을 스스로 조달해 자율로 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 사업비가 편성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각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법정 예산안 처리 기한은 매년 회계연도 개시(1월 1일)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오는 12월쯤 대구로페이 사업 운영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는 지방교부세와 지방세 수입 감소로 재정 상황이 나빠진 탓에 시비만으로 대구로페이를 운영하는 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소비자가 받을 혜택은 줄어들 확률이 높다.

시는 그동안 행안부가 지원하는 국비에 시비를 더해 사업비를 마련해 왔다. 올해의 경우 국비 114억원, 시비 350억원을 투입해 총 464억원 규모로 운영했다. 대구로페이 구매자에 적용하는 할인율 7% 중 2%를 국비로, 나머지 5%는 시비로 부담했다.

서정혜 시 경제정책관은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열어놓고 있다. 시비가 워낙 부족한 상황이라 국비 지원이 없다면 사업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내년에 총선이 있어 예산이 살아날 가능성도 있으니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로도 부르는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상품권 구매비용을 할인해 주면서 사용처를 대형마트·백화점 등을 제외한 지역 소상공인으로 제한해 경기 회복을 유도한다. 대구에서는 '대구행복페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20년 처음 발행했다.

행안부는 2018년부터 발행액 일부를 지원해 왔으나 지난해 지자체 자율 발행으로 기조를 전환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으로 가맹점 축소를 추진하면서 사실상 제도 폐지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3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 대구로페이 특별 판매 홍보판이 부착돼 있다.대구시는 대한민국 동행축제와 추석을 맞아 9월 한 달 동안 1인당 구매 한도를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하고 7% 할인율을 적용하는 대구로페이 특별 판매를 진행한다. 매일신문DB
3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 대구로페이 특별 판매 홍보판이 부착돼 있다.대구시는 대한민국 동행축제와 추석을 맞아 9월 한 달 동안 1인당 구매 한도를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하고 7% 할인율을 적용하는 대구로페이 특별 판매를 진행한다. 매일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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