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중앙회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현수(57)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대구 더조은새마을금고 이사장)가 차기 중앙회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차훈 전 중앙회장이 지난 11일 사임하면서 중앙회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오는 12월 보궐선거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오후 서구 비산동 더조은새마을금고에서 만난 김현수 이사는 올해 상반기부터 새마을금고 60년 역사상 전에 없던 위기를 겪으면서 중앙회장에 대한 생각을 키우게 됐다고 했다.
그는 "6년 가까이 중앙회 이사로 있어 보니 일선 금고를 위해 개혁해야 할 제도가 100가지 넘게 보였다"면서 "후보로 나서면서 공약을 엄청나게 내걸어 놓고 막상 당선되면 '나 몰라라'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번에는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 이건 내 각오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 차기 중앙회장을 희망하게 된 계기는?
▶ 새마을금고 창립 이래 금고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 떨어진 적이 없었다. 중앙회 재선 이사로서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지 말고 바로 세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차기 중앙회장은 기득권을 다 내려놔야 한다.
내가 중앙회장이 된다면 1호 공약은 검사권 분리 독립이다. 1천291개 일선 금고에 대한 중앙회의 과도한 경영 간섭을 막고, 자율 경영 체제로 돌리겠다. 중앙회가 금고 운영 전반에 대해 검사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검사권을 휘두르면 일선 금고는 움츠리게 돼 있다. 표적 검사, 보복 검사 등 이를 남용한 사례도 많다.
예전처럼 직제 규정, 인사 규정, 보수 규정, 전산 규정을 제외한 나머지 관리 권한을 일선 금고에 돌려줘야 한다. 궁극적으로 금융감독위원회에 이관하는 걸 목표로 하려 한다. 아울러 금고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옮기는 것도 찬성한다.
- 새마을금고가 당면한 과제가 많다. 경영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내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 전문 경영인을 도입하자는 의견에 동의한다. 중앙회장 임명제 도입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른바 '줄서기'를 없애기 위해 중앙회장을 이사장들이 뽑지 말고 정부 부처나 전문성 있는 외부 기관, 단체가 추천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
내부 통제를 위해 감사도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 감사위원장을 지금처럼 중앙회 직원이 맡아서는 안 되고 행안부 장관 등이 추천하는 외부 인사를 유입해 중앙회장을 견제하는 기구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는 건 반대한다. 경영혁신안으로 지역이사를 줄이고 사외이사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사외이사는 금고에 대한 이해도가 지역이사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중앙회장 권한을 줄이고, 이걸 지역이사에게 나눠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자산 건전성을 높이고 고객 신뢰를 회복할 대책은?
▶ 새마을금고가 올해 여러 풍파를 겪으면서 일부 금고 우량화를 위한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상황이 힘들다고 해서 없애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활성화할 대책을 만들어 줘야 한다. 중앙회에는 '활성화 기금'을 조성해 금고를 지원할 여력이 된다. 특히 농어촌 지역 금고들을 도와줘야 한다.
예를 들어 금고가 1곳 있는 섬 지역에서 금고를 없애버리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금고 고객들이다. 대구와 같은 도시는 금고 간 간격이 비교적 좁으니 인수합병을 해도 되지만 애초 합병할 만한 금고가 거의 없다. 다만 이미 합병을 추진 중인 금고는 막기 힘들다. 정말 합병이 필요한 금고들은 진행하되 양측에서 합의된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
- 대구에서는 다인건설 부실 대출 건으로 시끄러웠는데.
▶ 대구 다인건설 사업장의 경우 중도금 대출이 나간 거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지 오피스텔이 준공되면 상황이 해결된다. 덧붙여 대구 12개 금고가 다인건설 사업장에 대출을 시행하면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터진 거라는 오해가 있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뱅크런 사태는 경기도에 있는 금고에서 부실이 생기면서 일어난 일이다. 뱅크런 원인은 과도한 집단 대출을 미리 막지 못한 집행부에 있다. 대조적으로 신협이나 농협은 부동산 경기 하락을 예상하고 우리보다 1년 앞서 집단 대출을 멈췄다.
- 추가로 제시할 공약이 있다면?
▶ 후보로 나서면서 공약을 수십 개 걸어놓고 당선 후에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공약을 지키지 못할 경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겠다. 그 정도로 강력하게 약속하지 않으면 공약 자체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새마을금고가 올해 상황이 힘들어지면서 배당을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 회원들이 우려하고 있다. 현재 새마을금고 적립금이 약 1조6천억원 있는데, 중앙회장이 된다면 적립금을 활용해 작년(4%)만큼 1천291개 금고 회원에게 출자 배당할 생각이다.
그리고 비상근 이사장들이 상근 이사장만큼 일을 하면서 월급은 너무 적게 받고 있다. 비상근 이사장들에게 하루 10만원 정도 실비를 지급하는데, 회원들 경조사비를 주고 나면 오히려 적자가 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비상근 이사장이 하루 실비를 25만원 이상 받도록 하한선을 도입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 올해는 새마을금고가 창립 60년을 맞은 해다. 금고는 IMF(1997년 외환위기) 때도 공적 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 다른 금융기관과 다르게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서민들과 항상 동고동락해 왔다고 자부심을 갖고 말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힘들었지만 지금은 안정 기조로 가고 있다. 자금 규모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부동한 경기 하락을 막을 수는 없지만 뼈를 깎는 정신으로 구조 조정과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금고 이사장들과 마음을 맞춰 제도 개혁을 이뤄내고 싶다. 금고 회원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며 '서민의 든든한 금융기관' 자리를 지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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