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호사가 추락시켜 세상 떠난 '아영이', 심장 이식 주치의가 보낸 편지

생후 5일 만에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 불명이 됐던 아이가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생후 5일 만에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 불명이 됐던 아이가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생후 5일 만에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던 정아영(당시 4세) 양이 지난 6월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가운데, 아영 양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기의 주치의가 감사 편지를 보냈다.

아영 양은 3년 전인 2019년 10월 부산 동래구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닷새 만에 해당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A씨가 아영이를 떨어뜨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일로 아영 양은 의식불명에 빠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임신 상태에서 3일 연속 밤 근무를 해 스트레스가 컸다. 근무시간 이전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을 확정받았다.

A씨의 범행으로 의식불명 상태였던 아영 양은 지난 6월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발생했고, 뇌사 상태에 빠져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아영 양의 가족은 "아이가 세상에 온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아영 양은 심장과 폐, 간, 신장을 기증해 또래 환자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아영 양의 심장을 기증받은 아이의 주치의가 편지를 보내왔다.

주치의 B씨는 "아영이 심장은 돌 무렵 심부전으로 입원해서 400일 넘게 병원에 갇혀 지내던 아이가 받았다"며 "아영이를 통해 생명을 선물 받았다"고 했다.

이어 "다인실 창문을 통해 보이던 세상이 전부이던 아이는 덕분에 비로소 흙도 밟고, 집에서 또래 아이처럼 지내고 있다"며 "450일이 지나 병원 밖을 처음 경험한 아이는 모든 걸 새롭고 신기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아이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은 모두 아영이 덕분"이라며 "아이의 기적과 같은 일상은 힘든 결정을 해주신 아영이 부모님 덕분"이라고 했다.

B씨는 "그 아이의 부모님이 최선을 다하시겠지만, (저도) 세상에 이로움이 되는 선한 아이가 되길 곁에서 돕겠다. 오래오래 뛸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했다.

끝으로 B씨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아영이를 기억하겠다. 아영이 부모님도 아파하지만 마시고 아영이 만나는 날까지 웃는 날도 많으시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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