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서구, 악취 민원 37배 폭증…주민들 "냄새로 삶이 피폐" 호소

올해 접수된 악취민원, 지난해에 비해 37배 증가
"민원 폭증은 당연한 결과, 복합악취 원인 찾아야"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상리사업소 내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독자 제공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상리사업소 내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1일 오후 6시 30분쯤 찾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상리사업소. 음식물·분뇨·하수 처리장이 함께 있는 이곳은 대구 서구의 고질적인 악취 민원 근원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도 입구에서부터 계란 썩은 냄새와 가스 냄새 등이 뒤섞인 악취가 풍겼다. 바로 옆 하수처리장에 이르자 이 모든 냄새에 시궁창 냄새까지 더해져 생소하면서도 지독한 냄새가 났다.

상리사업소와 차로 10분 거리(2km)에 있는 염색산업단지에 들어서자 또 다른 악취가 올라왔다. 군데군데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이란 표지가 붙은 공장들이 눈에 띄었고, 일부는 문을 열어둔 채 공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열린 문틈 사이로는 코를 찌르는 탄내와 화학약품 냄새가 새어 나왔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대구 서구에 악취 관련 민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민들은 생전 처음 맡아보는 악취에 두통, 어지러움 등 피해를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5일 서구청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접수된 악취 관련 민원은 모두 6천4백여 건이다. 이는 지난해 173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37배까지 늘어난 수준이다. 대구시 온라인 민원 접수 창구인 '두드리소' 홈페이지에도 '냄새 때문에 삶이 피폐하다', '악취를 해결해달라'는 서구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상리사업소, 염색산단과 가까운 1천418가구 규모의 평리동 한 신축 아파트 주민들은 바람이 불면 창문조차 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는 상리사업소와 직선거리로 1.8km, 염색산단과는 1.5km 떨어져 있다.

지난 4월 이 아파트에 입주한 권모(40) 씨는 "이사 오고 나서 편도염이 심해져 임신 중인 아내와 태어날 아기의 건강도 염려된다"며 "입주 1년도 안 됐는데 또 새로운 집을 알아봐야 하는 건지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앞으로도 서구의 악취 민원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염색산업단지 반경 2km 이내 지어진 신축 아파트 단지는 모두 4곳으로 6천900가구가 지난 3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서구는 '평리뉴타운'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올해만 1만2천여명이 새로 입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악취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 사이에선 집단행동에 나서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주한 서구의회 의원은 "대규모 인구 유입이 예상된 상황에서 악취 민원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정책 실패"라며 "지금이라도 대구시는 서구와 힘을 합쳐 복합악취의 근본적 원인을 찾고, 주민간담회 등을 통해 악취관리지역 지정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찾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상리사업소. 입구에서부터 쓰레기, 분뇨 등이 뒤섞인 악취가 풍겼다. 윤수진 기자
지난 1일 찾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상리사업소. 입구에서부터 쓰레기, 분뇨 등이 뒤섞인 악취가 풍겼다. 윤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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