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을 찾아온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응대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인 위원장이 한국어로 이해할 수 있음에도 이 전 대표가 영어로 발언한 것인데, '인종차별'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신은 우리와 다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가장 쉽게 상처를 주는 말은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이라며 글을 썼다. 그러면서 "실제로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인종차별로 가장 쉽게 쓰이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에게 'Mr. Linton'(미스터 린튼)이라며 영어로 응대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의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만약 한국계 미국인 2세에게 한국계라는 이유로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그것도 비아냥대면서 했다면 그 사람은 인종차별로 그날 퇴출될 것이다. 정치 이야기를 하긴 싫지만 정치인으로서 자격 미달이고 공개 사과해야 할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나 교수는 다음 날 올린 SNS 글에서도 이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정치인이 그 정도 인식 수준과 행동을 보인 점에서, 또 그 행동이 잠재적 이민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에 대해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이 행동이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한 명의 행동이 우리 사회를 대변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런 행동은 지속적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도 이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쓴소리를 내고 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환자는 서울에 있다, 별로 할 말이 없다) 그 얘기를 한국말로 했을 때 인요한 위원장이 못 알아들을 리가 없다"며 "한국말로 표현 안 되는 뉘앙스를 전달하기 위해 영어로 했다는 건 정말 변명치고는 치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채널A에서 "(미국이었다면) 인종차별 스캔들이 퍼지고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BBS 라디오를 통해 "당이나 혁신위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 전 대표는 점점 멀어지는 행보를 보여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던 도중 자신을 찾아온 인 위원장을 'Mr. Linton'(미스터 린튼)이라 칭하며 영어로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우리 일원이 됐지만 현재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 "제발 우리의 편에 서달라" 등 언급을 했는데, 이를 두고 인종차별에 가까운 모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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