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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롯데케미칼 이어 쿠팡까지 민노총 탈퇴 러시 “하나같이 정치 활동에 불만”

산업계의 민주노총 탈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한전기술, 포스코, 롯데케미칼에 이어 쿠팡의 직고용 인력인 쿠팡친구까지 민노총 탈퇴를 결의했다.

각 노조와 업계에 따르면 하나같이 민주노총이 노조원의 권익향상을 위한 활동 보다 정치적 활동에 치중하는데 불만이 쌓여 탈퇴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민주노총의 쇠락은 2021년 GS건설과 쌍용건설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건설기업노조에서 탈퇴하면서 두드러졌다.

당시 2030 노조원들은 민노총의 정치적 방향성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작용했다. 쌍용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국민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이면서 젊은 조합워 중심으로 민노총 탈퇴 요구가 지속돼 왔다"고 당사 분위기를 전했다.

자료사진. 매일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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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탈퇴 러시는 올해 들어 가속이 붙고 있다. 지난 5월 원전 기술 업체인 한전기술 노조는 30년 넘게 민주노총에 가입했지만 민주노총이 산하 지회의 이익이 아닌 정치적인 노선을 고수하면서 탈퇴를 선언했다.

민주노총이 조합원의 권익이 아닌 정치적인 구호에만 치중해 탈퇴한 대표적인 사례는 포스코지회다. 포스코지회는 조합원 다수가 탈퇴를 원했지만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의 집단 탈퇴 금지 규약'이라는 상급 조직의 내부 규약을 내세워 포스코지회의 탈퇴를 방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로운 가입과 탈퇴를 막는 민주노총의 형태를 '노조 부패'로 규정했다. 지난 6월 포스코지회는 세번의 시도 만에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에 성공했다.

포스코지회의 탈퇴 배경에는 노조원의 권익보다 정치 활동에 치우친 민주노총의 정치화에 있다.포스코지회 임원은 "민주노총은 죽든가 말든가 상납금만 받겠다는 식으로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에 조합비로 수억원을 냈는데도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노조 사무실 전체가 물에 잠기고 회사 절반이 침수됐을 때도 민주노총에서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는 불만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포스코지회가 탈퇴 절차를 밟고 있는 것에 대해 "포스코 노조의 민노총 탈퇴 직후 주가 급등은 민노총에 대한 개미 투자자들의 평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민폐노총' 손절이 민심"이라고 자신의 SNS에 쓰기도 했다.

이후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싶어도 산별노조 규약으로 뜻을 못 이루던 롯데케미칼은 윤석열 정부가 기업 노조의 집단 탈퇴를 금지하는 산별노조 규약에 대한 시정 명령을 하자 롯데케미칼 충남 대산공장 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선언했다.

롯데케미칼 노조는 민주노총 화섬노조 대산지회와 전남 여수공장의 기업별 노조로 나뉘는데 업계에서는 산별노조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 직고용 배송 인력으로 구성된 '쿠팡친구' 노동조합(쿠친노조)도 지난 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탈퇴를 결의하면서 민주노총의 정치 강요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쿠친노조는 민노총이 진보당 가입을 요구하고, 정치적 집회 참여를 강요했으며, 쿠팡지부와 관련 없는 집회 참여를 강요했다고 밝혔다.

쿠친노조는 조합원에게 공개한 입장문에서 "상급단체 조합비 납부를 요구받으면서 실질적인 쿠팡지부 조합원의 권익 향상보다는 정치적 활동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민노총 탈퇴 배경을 조합원에 설명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지난 4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 노조 지회를 결성하고 진보당 가입을 공개 촉구한 사실이 드러나 민주노총이 노조 활동을 명분으로 사실상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민노총의 노조 정치화가 택배노조 뿐만 아니라 쿠친 노조를 대상으로도 자행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민주노총이 물류센터 자회사인 CFS와 택배회사인 CLS 등 전방위적으로 공략하고 있지만 저조한 가입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1년 결성된 전국물류센터지부 산하 쿠팡물류센터지회는 가입율이 채 1%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2022년 6월 쿠팡 본사 로비 불법 점거 후 천막 농성을 290여일 벌였지만 어떠한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자진 철수했다.

업계에서는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와 민폐 시위 등으로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7월 30일 민주노총 노조원 수십여명이 본사 로비 진입을 시도하다 쿠팡 직원 2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후송됐고 민주노총 간부가 7kg가량의 철제 차단봉을 직원들에게 던지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업무방해와 공동건조물침입 혐의를 받고 있는 노조원 18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민주노총의 폭력 사태는 지난 4월 결성된 택배노조에서도 지속됐다. 경기 용인경찰서는 지난 8월 CLS 직원 폭행 혐의 등으로 민주노총 택배노조 간부 등 3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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