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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오픈런 해결 방안이 할증 시간 확대? 의료계 "실효성 없다"

보건사회연구소 연구용역서 '소아과 접근성 보장' 방안으로 제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정부가 원인 판단 잘못해…의료 질 하락할 수도"

독감 환자로 붐비는 대구 한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대기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매일신문 DB.
독감 환자로 붐비는 대구 한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대기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매일신문 DB.

출근 전과 퇴근 후, 공휴일 등 소아 외래진료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가산 수가를 줘서 '소아과 오픈런'을 막자는 제안을 두고 "실효성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야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한데다, 필수 의료 인력 부족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문 여는 시간만 늘려서는 의사들의 근로 환경만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최근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 초안에서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소아과 오픈런에 대응하는 소아과 접근성 보장 방안을 공개했다.

연구진이 제안한 방안은 현재 시행 중인 '토요일·야간·공휴일 진료비 가산제도'에 더해 소아청소년과에 대해서는 추가로 시간 당 진료단가를 더 얹어주자는 것이다.

현재도 토요일과 휴일, 야간에는 진료비와 조제료를 30~50% 가산해서 받지만, 이는 병·의원, 약국 직원의 초과 근무에 대한 보상 개념이므로,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특별 지원을 더 하자는 차원이다.

보사연 연구진은 소아 환자 외래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대해 '시간 가산'을 확대하면 병원 진료 시간이 늘어나고 효율적으로 진료 시간을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소아과 오픈런'이 일어난 건 코로나19 일상 회복 이후 다양한 바이러스와 세균에 노출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소아청소년들의 감염 유행이 번진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대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독감 뿐만 아니라 여름에 자주 발생하는 수족구병 또한 올해 내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엔데믹 이후 다양한 바이러스와 세균에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적정 의료 수가 보장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 등 시급한 해결 과제를 두고 현업에 종사 중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욱 대구경북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의사들의 진료 시간이 연장되면 간호사 등 직원들의 근무 여건도 바뀌어야 하고 약국의 영업시간도 연동해야하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임연수 대구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가산 수가를 받겠다고 병원 문을 더 일찍 열고 늦게 닫으면 의사들의 근로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은 낮아진다"면서 "지금 필요한 대책은 소아청소년을 위한 응급체계 개선과 계절별 유행 질병에 대한 부모들의 대처 방안 교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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