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의 어느 날 경상도 작은 마을 어진말에서 주인공 버들은 '사진결혼'을 중매 받는다. 버들에게 신랑의 사진 한 장만을 믿고 포와(하와이)로 가게 되는 이 '사진결혼'은 훈장이라는 이름 뒤로 의병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로 인해 기울어진 가세를 회복하고 하지 못했던 공부의 열망을 펼칠 수 있는 기회로 보였다. 결국 버들은 사진결혼을 승낙하고 자신의 사진을 찍어 보낸다. 그리고 결혼하자마자 과부가 돼 집에 돌아온 버들의 친구 홍주와 무당 손녀로 차별을 받고 살던 송화도 사진결혼을 하기로 한다.
그렇게 포와에 도착한 세 사람은 남편이 불러줘야 나올 수 있는 방에 도착한다. 일주일째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도 있다는 말에 무서움에 떨며 순서를 기다렸다. 버들은 호명돼 나간 복도에서 먼저 나간 여자가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울고 있는 여자 앞에 쭈글쭈글한 중늙은이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는 것을 보고 입을 틀어막은 버들은 자신의 신랑을 보기위해 떨리는 발을 내딛는다.
과연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사진신부를 택한 버들, 홍주, 송화 세 사람의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등 다양한 책을 펴내오며 2020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한국 후보로도 지명된 이금이 작가의 작품으로, 작가가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에서 앳된 무명저고리를 입은 세 명의 여성이 찍힌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다.
더 나은 꿈을 위해 이민선에 올랐던 이민자들은 뙤약볕에서 날카로운 잎을 가진 사탕수수와 채찍을 휘두르는 관리자 밑에서 노예처럼 일해야 했다. 대다수였던 독신 남성 노동자들은 가정을 꾸리기 위해 조국으로 자기 사진을 보내 배우자를 구하는 '사진결혼'을 택했고 결혼 과정에서 신랑과 중매쟁이들은 하와이나 신랑감에 대한 허위광고를 서슴지 않았다. 가족 부양, 가난의 굴레, 공부 등 다양한 이유로 모험을 택한 사진 신부들은 1천여 명이었고, 작가는 그 여성들에게서 끝없이 솟아나는 질문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실제 하와이에 도착한 사진 신부들은 깨진 꿈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주어진 현실을 살아내야 했다. 머나 먼 이국땅에서 가정, 육아, 노동을 하는 고된 이민 생활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열정을 보탰다. 이는 단순히 일제강점기의 결혼신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 온 여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녀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가.
작품 속 아프지만 뜨겁게 인생을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가는 버들, 홍주, 송화의 모습에서 함께 연대해 꿋꿋하게 살아가는 힘과 용기를 배우고 그들의 이야기로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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