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지만 연내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10차례나 심사했지만 여당의 원전 활성화 기조에 야당이 탈원전 입장으로 맞서며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 적기 확보 실패로 국내 가동 중인 원전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16일 원전 업계 등에 따르면 1978년 국내 원전이 가동되기 시작한 뒤 누적된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폐물)는 1만8천600톤(t)에 달한다. 고준위 방폐장이 확보되지 않으면 2030년부터 순차로 원전 내 저장시설이 포화돼 가동이 불가능해진다.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고준위 방폐장의 필요성이 공론화됐고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담은 법안들이 다수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김성환 의원이, 국민의힘에선 이인선(수성을)·김영식(구미을) 의원이 각각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들을 두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해 11월부터 10차례에 걸쳐 심사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장 확보 시점 명시 여부,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폐물 저장 시설 규모 등을 두고 여야 간 입장이 팽팽히 갈린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의 지위나 관리사업자 지정 등 기타 쟁점 사항들은 대부분 접점을 찾았지만 시점과 규모를 두고는 이견이 여전하다.
정부와 여당은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 및 최종 처분시설의 확보 시점을 모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야당은 처분시설의 확보 시점만 명시해야 한다고 본다.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를 두고도 정부와 여당은 원자로의 운영허가가 추가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애초 원자로가 설계될 때 명시된 수명 기간까지만 규모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각론의 차이는 결국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까지 내다보며 원전 활성화에 힘을 실은 여당과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야당 사이의 근본적 이견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유의 원전 가동 중단을 우려하는 원전 업계에서는 여야가 각자 입장만 강조할 게 아니라 현실적 중재안 찾기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고 본다. 국회 산중위가 이르면 다음주 법안심사소위에서 특별법 심사에 나설 전망인 만큼 이번에는 유의미한 결론을 내달라는 것이다.
고준위 방폐장 관리사업자로 거론되고 있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여야 모두가 필요성을 인정해 각자 법안을 발의했다. 원전지역 주민, 학계, 산업계 모두 특별법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지금 원전에 쌓여있는 고준위 방폐물은 원전 혜택을 누린 우리 세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더는 미래세대에 넘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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