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장물가 1년새 10% 올랐다…"김장 대신 포장김치"

김장물가 2주 전보다 소폭 내려
소비자들, "포기 수 줄이고 완성품 시켜먹어"

김장철을 맞은 27일 오후 2시에 찾은 대구 북구의 한 대형마트에는 평일 오후였지만 마트 채소, 과일 등 식재료 코너 앞에서 소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먹거리를 고르고 있었다. 한소연 기자
김장철을 맞은 27일 오후 2시에 찾은 대구 북구의 한 대형마트에는 평일 오후였지만 마트 채소, 과일 등 식재료 코너 앞에서 소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먹거리를 고르고 있었다. 한소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꾸준한 물가 고공행진이 한국 연례 행사인 김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김치 포기 수를 줄이거나 완성된 김치를 구매하는 추세다.

김장철을 맞은 27일 오후 2시에 찾은 대구 북구의 한 대형마트에는 평일 오후였지만 마트 채소, 과일 등 식재료 코너 앞에서 소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먹거리를 고르고 있었다.

이날 식재료를 사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다는 북구 복현동에 사는 장경옥(67) 씨는 "김장철이라 김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가격 비교를 하기 위해 마트에서 배추랑 마늘, 소금, 고춧가루 같은 김장 재료들의 가격을 쭉 둘러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11월 김장철을 맞아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협회는 이달 4주차 김장비용이 4인 가족 기준 38만2천660원으로 조사됐다고 27일 밝혔다. 전통시장에서 재료를 구매할 경우에는 34만8천60원, 대형마트에서 살 경우 41만7천250원으로 각각 2주 전과 비교해 0.7%, 3.9% 저렴해졌다.

김장 재료 물가가 2주전보다 줄어든 데는 안정화된 채소 가격이 한몫 한다. 올여름 장마와 폭염 등 악천후 때문에 금(金) 자가 붙을 만큼 비쌌던 채소류는 가을 이후 가격도 점차 회복됐다. 11월 중순 기준 배추 한 포기당 가격은 4천원, 무는 개당 1천500원, 대파와 총각무는 한 단에 4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물가협회 쪽은 "배추와 무 등 김장의 주재료 출하량이 늘면서 구매 비용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비교하면 김장 비용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김장비용이 전통시장에서는 30만6천원, 대형마트는 36만8천원으로 각각 10.8%, 12.9% 높아졌다. 품목별로 보면 작황 부진에 겨울 대파 출하량이 감소하며 대파 가격이 약 50%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고춧가루도 올해 건고추 생산량 감소 여파로 1년 전보다 각각 13.3%(전통시장), 7%(대형마트) 상승했다.

이날 김장 재료를 사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는 권금자(75) 씨는 "물가가 올랐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배춧값은 많이 오르지 않았다"며 "김장철이긴 하지만 1년에 서너 번씩 수시로 김장을 하는 편이라 비교를 해보면 배춧값보다 젓갈, 소금값은 매우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소금(천일염)은 5kg 기준 1만4천원으로 전년 대비 7.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 및 태풍 영향과 더불어 염전 면적도 줄어든 탓에 생산량이 감소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팬데믹 전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김장 물가가 오른 탓에 포기 수를 줄였다는 소비자도 있다. 북구에 사는 성모(63) 씨는 "4년 전만 해도 30포기 정도 담았는데 배추, 젓갈, 고춧가루 등 가격이 매해 올라 5~6포기씩 줄여왔다"며 "올해는 10포기만 담글 예정"이라고 아쉬워했다.

김장을 위해 재료를 고르고 김치를 담그는 일련의 과정이 번거로워 완성된 김치를 산다는 소비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북구 침산동에 사는 김효민(40) 씨는 "2~3년 전부터 만들어진 김치를 배달받아 먹는다"며 "물가도 점점 올라 따로따로 재료를 사서 김장하는 것보다 3분의 1은 더 저렴하게 김치를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만족해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FIS)가 올해 발표한 '김치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치 조달 방법 중 포장김치 구입 비중은 2017년 10.5%에서 2020년 31.3%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런 흐름을 증명하듯 유통업계는 김치 상품을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편의점 CU는 김치 상품을 최대 33% 할인 판매하는 '김장 김치 기획전' 진행한다고 밝혔다. 포기김치와 묵은지, 맛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파김치 등 1㎏ 내외 용량의 10여 종을 할인해 판매한다.

CU가 매년 진행한 김장 김치 기획전 매출의 전년 대비 성장세는 2020년 60.6%, 2021년 83.7%, 지난해 113.5%로 꾸준히 높아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CU 관계자는 "김장에 큰 비용과 노력을 들이는 대신 편의점에서 포장김치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김장 김치 기획전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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