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끌로에…졸리도 반한 친환경 입힌 70년 럭셔리 브랜드

‘레디 투 웨어’의 혁명을 일으킨 프랑스 명품 브랜드

끌로에(Chloé) 24년 봄 여름 컬렉션
끌로에(Chloé) 24년 봄 여름 컬렉션

◆ 이집트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가비 아기옹

끌로에(Chloé)의 창립자 가비 아기옹(Gaby Aghion)은 1921년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에서 이탈리아 유대인 혈통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결혼 전 이름은 가브리엘 아노카이다. 어릴 적부터 프랑스어를 배우고, 프랑스 패션잡지를 보고 자랐으며 패션에 대한 열정이 많은 어머니와 함께 잡지에서 본 디자인들을 재봉사에게 의뢰해서 옷을 제작하여 입었다.

가비 아기옹(왼쪽사진),레이몬드(맨 왼쪽),자크(가운데),가비 아기옹(오른쪽).출처 끌로에 홈페이지
가비 아기옹(왼쪽사진),레이몬드(맨 왼쪽),자크(가운데),가비 아기옹(오른쪽).출처 끌로에 홈페이지

그녀의 남편 레이몬드 아기옹은 이탈리아에서 면화 수출업을 하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상류층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공산주의 운동가가 되었다. 레이몬드와 가비 아기옹은 7세 때 만나 19세에 결혼하여 1945년 파리로 이주하였고 레이몬드는 현대 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미술관을 열었으며 그들은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당대의 예술가, 작가, 철학자 등 파리지앵들과 어울리며 예술 문화에 빠져 지속적인 사교활동을 이어갔다.

◆ 럭셔리 프레타 포르테 개념을 도입하여 대중들에게 선도

가비 아기옹은 여러 번의 피팅으로 제작되는 고급 맞춤복(오트 쿠튀르)이 주도하던 시절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처음으로 고급 기성복(프레타 포르테)을 도입하였다. 현대적이고 편안한 실루엣의 기성복 라인을 선보이겠다는 비전으로 자신의 집 방 한 칸을 아뜰리에로 꾸미고 오트 쿠튀르 작업의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고용하여 최고급 소재와 섬세한 디테일로 표현된 고급 기성복을 디자인하였다.

끌로에 저지원피스와 일러스트레이트
끌로에 저지원피스와 일러스트레이트

1952년 가비 아기옹은 친구의 이름'끌로에'로 브랜드를 론칭하여 고급 기성복(프레타 포르테)을 제작하였고 다음 해 자크 르누아르(Jacques Lenoir)가 패션 브랜드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사업을 시작했다. 1956년 아기옹은 파리의 예술가 친구들과 즐겨 찾던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에서 첫 번째 컬렉션을 발표하여 언론의 관심과 호평을 받으며 존재감을 나타내었고 다음 시즌에 자신과 함께 공동 작업을 진행할 패션 디자이너를 물색하던 중 제라르 피파르의 기용을 시작으로 막심 드라 팔레즈, 미쉘 로지에, 그라지엘라 폰타나, 칼 라거펠트 등 재능 있는 인재들을 영입하였다.

1970년대 칼 라거펠트
1970년대 칼 라거펠트

◆ 끌로에를 이끌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창업자 가비 아기옹은"저는 사람들의 재능을 알아보는 특별한 눈을 가졌습니다"라고 했다. 샤넬의 칼 라거펠트, 스텔라 매카트니, 셀린느의 피비 파일로, 지방시의 글레어 웨이트 켈러 등 그녀와 인연을 맺었던 디자이너들은 끌로에 하우스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실력을 키워나갔고 많은 명품 브랜드에 영입되면서 스타 디자인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1963년에 합류한 무명의 독일출신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1966년 본격적으로 끌로에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을 시작으로 여성스러움이 강조된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끌로에의 명성과 인지도를 높였고 여성들의 팬심이 늘어나면서 재키 케네디, 마리아 칼라스, 그레이스 켈리 등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패션하우스가 되었고 70년대 중반 첫 향수라인을 론칭하며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스텔라 매카트니 끌로에 컬렉션
스텔라 매카트니 끌로에 컬렉션

1972년 파리 7번 지구에 위치한 끌로에의 첫 번째 부티크 오픈을 시작으로 라스베가스, 뉴욕, 시드니, 상하이, 뮌헨, 모스크바, 런던 등 전 세계 여러 지역에 매장을 오픈하였다.

끌로에와 펜디, 자신의 브랜드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칼 라거펠트는 침체된 샤넬을 부활시키기 위해 1982년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되면서 끌로에를 떠났고 가비 아기옹은 1985년 끌로에를 던힐 홀딩스(현, 리치몬드 그룹)에 매각하며 경영에서 물러났다.

1987년 프랑스의 신진 디자이너 마틴 싯봉, 1997년 스텔라 매카트니가 임명되어 2001년까지 브랜드를 이끌었으며 그녀가 떠난 빈자리에는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동기이자 친구였던 피비 파일로가 영입되었다.

피비파일로의 끌로에 컬렉션
피비파일로의 끌로에 컬렉션

피비 파일로는 세련된 스타일의 페미닌 룩을 선보이며 끌로에의 매출을 4배 이상 상승시키며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고 액세서리 라인을 확장하며 안정적인 성장에 힘입어 세컨 브랜드'시 바이 클로에(See By Chloé)'라인도 론칭하였다. 출산을 앞둔 피비 파일로는 끌로에를 떠난 후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그녀가 떠난 뒤 파울로 멜림 앤더슨, 클레어 웨이트 켈러, 나타샤 램지 레비(2010년-2020년), 2021년 가브리엘라 허스트를 영입하여 3년간 끌로에를 이끌며 럭셔리 명품 브랜드 끌로에의'뉴노멀'시대를 열었다.

2023년 10월, 끌로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셰메나 카말리가 임명되었다. 1981년 독일에서 태어난 셰메나는 런던 예술대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인재로 2001년 피비 필로가 이끌던 끌로에 팀의 일원으로 시작해 패션브랜드 경력 20년을 보유한 실력자이다. 셰메나 카말리는 2024년 1월 첫 번째 끌로에 프리컬렉션을 진행하고, 2월 파리 패션 위크에서 2024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뜰리에 졸리와의 협업
아뜰리에 졸리와의 협업

◆ 끌로에와 아뜰리에 졸리의 첫 콜라보레이터 컬렉션

할리우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론칭한 아뜰리에 졸리(Atelier Jolie)는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실천을 원칙으로 론칭한 패션 브랜드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끌로에와 첫 번째 콜라보레이션 캡슐 컬렉션을 선택한 이유는 하이앤드 패션 브랜드 최초로 친환경 기업 인증 비콥(B-Corp)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가브리엘라 허스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공동으로 디자인한 캡슐 컬렉션은 친환경 소재인 유기농 실크와 천연소재와 버려지는 재고 소재들을 활용하여 환경을 살리기 위한 지속가능성 초점을 두었고 럭셔리한 무드와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이브닝 웨어와 검정색의 벨벳 케이프, 실크 슬립 드레스 등 미니멀한 스타일의 룩으로 연출되었다. 아뜰리에 졸리와 끌로에의 캡슐 컬렉션은 2024년 1월 끌로에 공식 웹사이트에 론칭 예정이며 수익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난민과 이주 장인을 위한 견습 프로그램에 사용된다.

샤이니&스웨이드 카프스킨 블랙
샤이니&스웨이드 카프스킨 블랙

◆ 럭셔리 브랜드 최초로 비콥 인증 받은'끌로에'

2006년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비랩(B-Lab)에서 만든 비콥(B-Corp(Benetit Corporation) 인증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기업의 ESG경영(환경보호, 윤리경영, 사회성과 등)과 재무적 성과를 모두 충족하는 기업에게 주어지는 인증마크이다. 평가 기준이 까다롭고 3년마다 재인증이 필요하며 유지가 어려워 세계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인증마크이다.

2021년 10월,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끌로에가 럭셔리 패션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비콥 인증을 받았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첫 데뷔 컬렉션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재활용 캐시미어 실을 80% 이상 사용하였고 유기농으로 생산된 실크를 50% 이상 사용하는 등 리사이클 소재들을 주로 사용하였다.

샤이니&스웨이드 카프스킨
샤이니&스웨이드 카프스킨

끌로에의 슈즈라인 루(Lou)의 밑창은 해변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하는 사회적 기업 오션 숄에서 생산하였으며 나마 컬렉션 라인은 기존의 스니커즈 생산과 비교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줄이고 물 소비량도 80% 가량 낮추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세계적인 펜데믹과 극단적인 기후 변화로 패션 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어 지속가능한 친환경 프로젝트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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