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사람이 사람에게

맹자, 세상을 말하다(송철호/학이사/2023)

어느 시인의 시를 읽고 토론하는 날이었다. 낯선 사람이 다가와 알은체를 했다. 그는 독서토론을 진행하러 온 인문고전학자였다. 먼저 손 내미는 권위적이지 않은 모습에 내심 놀랐다. 자유 토론이 이어졌다. 그는 참여자의 발언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었고, 발언자의 의견을 판단하지 않았다. 열린 시선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가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달음에 책방을 찾아갔다.

저자 송철호 박사는 부산대학교에서 한국고전문학을 전공했다. 저서로 '울산의 전란 이야기'가 있으며, 해천재에서 '맹자', '시경', '근사록', '사기 열전' 등 동양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맹자, 세상을 말하다'는 제1부 '맹자와 맹자 이해하기', 제2부 '맹자, 세상을 말하다', 제3부 '맹자, 인간을 말하다'로 구성되었다. '맹자' 7편 14권을 배운 게 두 번, 독학한 게 한 번, 가르친 게 세 번째라는 저자는 개인의 사회생활과 정치, 사회적 현안을 예로 들어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다.

"환대는 나를 열어 낯선 사람을 나의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이다."(33쪽) '환대의 공간, 환대의 미학' 부분에서 저자는 맹자가 환대란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이미 환대를 이야기했다 말한다. 의를 통한 인의 회복과 인에 의한 예지의 실현은 그로서 타인에 대한 환대의 실현이라는 것이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남을 사랑해도 그가 나와 친해지지 않으면 자신의 인(仁)을 반성해야 하고, 내가 남을 다스리는데도 그가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혜를 반성해야 하며, 내가 남에게 예를 베풀어도 그가 답례하지 않으면 자신의 공경을 반성해야 한다. 어떤 일을 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함이 있으면 모두 돌이켜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니, 자기 자신이 바르게 되면 천하가 돌아온다.'"(142쪽) 내 잘난 맛에 사니 내 허물은 보이지 않고, 남의 허물은 눈에 띈다.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인 것이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온고지신이다. 삶 속에 점착된 유교문화를 구시대 유물로만 여길 게 아니다.

"유교는 기본적으로 이상적인 사회를 꿈꾼다. 유교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갈등과 다툼이 없는 조화로운 세상이다. 갈등과 다툼을 없애려면 남과 나를 구별하지 않는 마음, 곧 나를 위하는 마음을 미루어 남을 위하면 된다."(230쪽)

어느 자기개발서보다 유익했던 책은 나 자신 속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최지혜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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