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ELS 예방조치 운운, 자기 면피로 보여"

"은행 창구서 고령자에 고액 몰려, 적합성 원칙 지켜졌는지 의구심"
홍콩H지수 상품 잇단 판매 중단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자 은행권이 잇달아 판매 중단에 들어가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H지수 연계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주가연계 파생상품 중에서는 원금 보장이 가능한 ELB(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만 판매한다. 손실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는 ELT(주가연계신탁) 상품도 판매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도 내부적으로 ELS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판매 중단을 포함해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 2019년 12월부터 원금 비보장형 ELT 취급을 중단했고, ELF(주가연계펀드)는 잔액이 없는 상태다.

문제가 된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3년 만기 상품으로, 만기 시점 기초자산 가격이 판매 시점보다 하락하면 손실이 날 수 있다.

녹인(knock-in, 원금 손실 발생 구간)형 ELS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기간 중 50% 아래로 떨어졌다면 만기 시점에 최종 상환 기준선인 70%를 넘어야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수익률 기준이 되는 H지수는 2021년 초반 1만~1만2천에서 최근 6천 안팎으로 추락했다. 내년 만기를 앞둔 소비자의 경우 7~8천 수준으로 반등하지 않으면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9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고액이 몰려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은행에서 ELS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 예방조치를 마련했다고 운운하는 건 자기 면피로 보인다"며 "자필 서명 등을 근거로 '불완전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보이는데, 적합성 원칙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상품 판매 취지를 생각하면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 당국은 올해 안에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은행검사1국은 내달 1일까지 판매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나·신한·우리·농협은행도 서면 등으로 조사 중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