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호·김춘택·임형규, 하회탈춤 예능보유자 3인의 탈춤꾼 삶 50년

올 해로 탈춤 인생 반세기 맞아…1973년 '하회가면극연구회' 창립단원 참여해 탈춤복원
"천민 삶의 애환 신명으로 풀어내 듯 이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에 인생 바쳐"
1일 권기창 시장 공로패 전달, "하회탈춤 세계유산 산증인"

하회별신굿탈놀이 3인의 예능보유자들이 올 해 탈춤꾼 인생 50년을 맞았다. 권기창 안동시장이 이들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기념촬영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상호, 임형규, 권기창 시장, 김춘택. 엄재진 기자
하회별신굿탈놀이 3인의 예능보유자들이 올 해 탈춤꾼 인생 50년을 맞았다. 권기창 안동시장이 이들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기념촬영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상호, 임형규, 권기창 시장, 김춘택. 엄재진 기자

삶 자체가 예능이었던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상호(78), 김춘택(73), 임형규(69) 등 3명의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가 올 해로 탈춤꾼 삶 반세기를 살았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탈춤판에서 탈을 쓴 모습으로 살아온 그들의 민낯마저 탈 같은 모습이다. 자연스런 웃음 주름과 얼굴 표정에서 전해지는 속임 없는 모습에 천진난만함마져 엿 보인다.

올 해로 50년 탈춤꾼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 3명의 예능보유자들에게 권기창 안동시장은 지난 1일 하회마을 탈춤 전수교육관에서 열린 하회가면극연구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공로패 전달을 통해 노고와 감사의 뜻을 밝혔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이날 "일생을 하회 탈춤꾼으로 살아오신 분들이 있었기에 한국 놀이문화의 정수인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존재하고, 이제 세계인들이 공유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다"고 감사해 했다.

이상호 예능보유자는 26살까지 코미디언 등 방송국 예인생활을 했다. 27살에 고향 안동으로 내려와 결혼하면서 정착했다. 당시 하회탈(가면)이 국보로 지정된 상태였지만 탈춤의 명맥은 끊겨 있었다.

1973년 뜻있는 몇몇이 모여 '하회가면극연구회'를 구성해 가면극 복원에 나섰다. '제1회 안동민속제' 때 탈춤 변사로 잠깐 참여했던 것이 탈춤꾼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 1976년 겨울 풍산장터에서 묵 장사를 하던 마지막 탈춤꾼 고 이창희 선생을 찾아냈다.

그는 "사실 지금에서야 탈춤꾼으로 인정받고 예우받는다는 느낌을 받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사회적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지금까지 대부분 가정경제는 아내의 몫이었다"며 "나는 탈춤판이 벌어지면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한을 신명으로 풀어내듯 춤추는 삶을 살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1996년 예능보유자로 지정되고,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잦은 국외공연 등으로 하회탈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비로소 탈춤꾼으로서의 자부심도, 긍지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가지게 됐다.

김춘택 예능보유자는 "하회탈춤은 나를 그냥 김춘택이 아니라 평생을 할미로 살아가게해줬다. 남은 여생 할미로 잘 놀다 가겠다. 함께해준 회원들과 성원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린다"고 50년 탈춤꾼으로 살아온 회상을 밝혔다.

그는 1973년 창립된 '하회가면극연구회' 창립 단원으로 참여해 50년을 꼬박 할미로 살아오고 있다.

그는 탈춤판에서 신명을 내 할미로 신명을 내고, 걸립과 양반·선비들을 힐란하는 연기를 하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면 먹고살기 막막해 보험 영업에 몸담기도 했다.

김춘택 예능보유자는 "탈춤 안에는 천민들의 삶의 애환(哀歡)이 녹아 있다. 일제강점기에 문화말살정책과 토지 및 신분제도 개혁 등으로 인해 탈춤의 전승자마저 사라지면서 우리의 혼까지 빼앗기고 말았다"며 "이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에 50년 인생을 바쳐왔다"고 회고했다.

임형규 예능보유자도 하회가면극연구회 창립단원으로 탈춤꾼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는 "전북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전승자를 찾기 위한 노력에 온 힘을 기울였다"며 "풍산에서 하회 탈놀이 유일한 전승자 고 이창희 씨를 찾아내 춤사위, 악기, 음악, 소도구 등이 밝혀지면서 본격적으로 안동 하회 별신굿 탈놀이 복원이 진행됐다"고 회상했다.

지난 2000년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그는 19살에 탈춤을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보존회는 많은 도움을 받았고 또 많은것을 이뤘다. 우리가 지켜나가야할것은 전통의 껍대기가 아닌 본질적인것"이라며 "문화재 지정 이후 시대가 많이 변했고 더욱 빨리 변해갈 것이다. 앞으로 우리 보존회는 더욱 많은 시대적 요구와 비판들을 통해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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