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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2배 성장" 中 알리가 증명한 독과점 없는 이커머스 "클릭 한번에 소비자들 갈아탄다" 

알리익스프레스 아이콘. 매일신문DB
알리익스프레스 아이콘. 매일신문DB

알리 익스프레스가 지난 10월 사용자 수 600만명을 돌파하며 토종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해 논란을 빚는 가운데,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여온 이커머스 업계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리 익스프레스의 월간 사용자 수는 지난해 8월만 해도 277만명에 불과했는데, 약 14개월 만에 사용자 수가 2배 이상 폭증하며 국내 이커머스 자존심 지마켓(582만명)을 뛰어넘은 것이다. 2위 11번가(816만3065만명)를 앞지르는 것이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과거 11번가의 위상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대추격전'이다. 그러다 보니 "클릭 한번이면 소비자가 다른 값싼 쇼핑몰을 이용하듯이 시장 1위와 꼴찌가 한 순간에 바뀌는 업종"이라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10년간 1위 수시로 바뀐 '불안한 왕좌'…알리 등장에 가속화된 춘추전국시대

중국 직구앱 알리 익스프레스는 무섭게 성장 중이다.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알리 익스프레스의 10월 월간 사용자 수는 613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8월 알리의 사용자 수는 139만명에 불과했는데 3년이 조금 넘은 현재 4.5배, 1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알리는 티몬과 위메프, GS몰, 옥션에 이어 지마켓도 제쳤고 11번가를 넘보고 있다. 당초 이용하던 이커머스 업체에서 가격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 소비자들이 알리 익스프레스로 갈아탔다는 해석이다. 알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검색량에서도 드러난다. 네이버 키워드 검색량 추이를 보면, 알리의 지난 11월 모바일 검색량은 61만2300회였는데, 올 11월엔 130만9900회로 2배를 넘었다.

패션·잡화·가전 분야에서 단돈 500원에서 3000원 상품도 5일 무료배송 해주는 알리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인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직구액은 8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뛰었는데, 업계에선 테뮤 등 중국 앱과 함께 직구 1위 앱 알리가 창출한 실적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면 연내 1000만명 사용자를 달성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어떨까. 지금은 사용자 수 5~6위인 티몬과 위메프는 2010년 초반만 해도 1~2위를 다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 등이 중심이었던 소셜 커머스 시장은 2010~2014년 연평균 360% 성장하며 지금의 '알리 열풍' 같은 폭발 성장세로 화제가 됐다. 2015년 중반을 넘어서면서 상황이 180도 돌변했다. 지마켓과 옥션 같은 오픈마켓 인기가 치솟았고, 11번가가 2017년 11월 온라인 쇼핑몰 역대 최대 일거래액인 640억원을 돌파하는 등 단숨에 온라인 쇼핑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동시에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소비자를 끌어 모은 끝에 2019년 가장 결제가 많이 발생한 쇼핑몰 1위(20조9249억원)에 오르며 쿠팡(17조771억원)과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 등을 제쳤다. 시장분석기관 DMC미디어에 따르면, 단일 쇼핑몰로는 2020년 4월 기준 쿠팡이 모바일 1위 사용자 수(1560만명)을 기록했지만, PC 강자는 지마켓(845만명), 옥션(818만명), 11번가(807만명)이었다. 지난 10년간 무수한 신흥강자들이 출연했고, 사용자수나 결제금액 기준 1위 업체가 자주 바뀌는 통에 독과점 기업(통상 시장점유율 50% 이상)은 나타날 수 없었다.

◇높은 모바일·온라인 쇼핑 사용률·고물가에 '박터지는' 경쟁…"규제 못하는 중국 앱 장악은 막아야"

불과 6년 전 시장 1위에 오른 11번가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는 것은 이커머스 업계의 '앞치락 뒤치락'이 얼마나 극심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11번가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 27일부터 만 35세 이상, 5년차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11번가는 올해 누적 영업손실이 910억원으로, 적자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GS리테일도 이달까지 1977년생 이상 장기근속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티몬도 지난 5월 특별 보상금을 주는 '이직 지원 제도'를 운영했다. 앞서 롯데쇼핑도 이커머스 '롯데온'의 부진으로 지난 2021년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업계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모바일 사용률과 이커머스 침투율, 천정부지 치솟는 고물가로 충성고객 확보가 어려워 업체들의 치열한 프로모션 출혈경쟁이 비일비재하다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 인터넷 보급율(99.96%)과 스마트폰 보급률(98.6%)은 사실상 '100%'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우리나라 주요 유통업태 가운데 온라인 매출 비중은 51.9%(산업자원통상부)로, 백화점·편의점·대형마트를 합친 것보다 높았다. 국민이 인터넷에 친숙한 상황에서 소비자 2명 중 1명은 온라인 구매를 하는 것이 보편화됐다는 것이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올라 단돈 100원 싸도 갈아타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3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 늘었지만, 가공식품과 외식의 물가 상승률은 각각 6.3%와 5.4%로 소득 증가율을 상회했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중국앱의 공습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짝퉁 등 소비자 보호 대책이 시급하지만, 앞으로 시장을 장악할 경우 소비자 혜택을 낮추고 각종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에 국내 정부에서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클릭 한번에 충성고객을 경쟁사에 뺏기는 상황에서 알리 익스프레스 같은 업체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크게 교란하고 있다"며 "영향력을 더 키워 손을 쓰기 어렵기 전에 국내 산업 보호 대책을 정부에서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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