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광역철도 역명에 ‘박정희생가역’ 명명, 신중 기해야

구미시가 대구권 광역철도에 있는 사곡역의 이름을 '박정희생가역'으로 바꾸는 걸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다. 80%가 넘었다. 세대별로도 고루 높은 지지를 얻었다. 30대의 지지가 가장 낮았다. 이마저도 70%대였다. 전폭적인 지지가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구미시는 내년 3월 역명개정심의위원회에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가 역에서 1.5㎞ 거리에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광주의 김대중컨벤션센터역도 참고 삼았다. 국토교통부의 '국민들이 인지하기 쉬운 지역의 대표 명소'라는 역명 개정 기준도 충족한다고 봤다. 역사자료관, 새마을테마공원 등 역 일대를 조국 근대화 특화관광지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보다 잘 어울릴 역명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한 번 더 신중히 검토해 주길 주문한다.

광주에 있는 도시철도 역명인 김대중컨벤션센터역은 대구의 엑스코에 해당하는 김대중컨벤션센터 400m 이내에 들어선 역이다. 건물 이름이 김대중컨벤션센터이므로 무리한 역명이라 보기 어렵다. 게다가 도시철도다. 사곡역은 다르다. 국가철도공단이 운영하는 국가 철도다. 선례도 있다. 2021년 울산시가 대한광복회 초대 총사령 박상진 의사의 업적과 지역 출신 위인을 알리자는 취지로 '북울산(박상진)역' '북울산박상진역'으로 역명 의견을 제출했지만 부결된 바 있다. 괄호 안에 이름을 넣는 부기(附記) 선에서 마무리됐다. 현재 '북울산(박상진생가)역'으로 표기된다. 역명 부기에 따르는 비용은 별도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리더인 박정희의 이름은 대구경북 어디서든 어울린다는 점이 외려 걸림돌이다. 역명, 공항명, 도로명이 온통 박정희로 명명된다면 고유의 상징성이 희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 광역철도 역명으로 온당할지 재고해 볼 것을 권고하는 까닭이다. 귀하게 쓰고자 한다면 대구경북신공항에 붙이는 게 걸맞은 대우로 보인다. 이름이 남발된다면 오히려 가치가 낮아질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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