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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장호] 21세기 산업의 쌀 반도체, 옥토에 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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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호 구미시장
김장호 구미시장

"임자, 철은 산업의 쌀이야. 쌀이 있어야 밥을 지어 먹을 거 아닌가."

1966년 어느 날, 박정희 대통령이 박태준 대한중석 사장에게 건넨 이 한마디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꿨다. 이날의 특명을 자양분 삼아 싹을 틔운 철강산업이 자동차, 조선, 건설 등을 발전시키며 대한민국 산업의 황금기를 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지금, 21세기 산업의 쌀은 단연 반도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의 밥을 짓기 위해선 반도체라는 쌀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벼가 풍성한 결실을 보려면 비옥한 토양과 물, 그리고 따뜻한 햇볕이 필요하듯, 반도체 역시 거대한 전력과 용수 공급이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K-반도체의 운명을 걸고 야심 차게 개간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물고 볕도 들지 않는 박토(薄土)는 아닌지 우려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은 15GW로, 최신 원전 11기를 동시에 가동해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전력 자급률이 62%에 불과한 경기도의 여건상 비수도권의 전력을 끌어올 수밖에 없지만, 이를 위한 송전선로 구축은 막대한 비용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수년째 표류 중이다. 용수 문제도 다르지 않다. 하루 133만 톤에 달하는 공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남한강과 화천댐, 팔당댐 등 한강 수계를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고, 2조원이 넘는 관로 구축 비용 문제 또한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쯤 되면 피할 수 없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과연 용인은 반도체 클러스터로서 최선의 입지일까. 조금만 시선을 돌려 경북 구미를 살펴보자.

무엇보다 구미의 에너지 경쟁력이 돋보인다. 국내 원전의 절반이 집중된 경북의 전력 자급률은 228.12%로, 전력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에 부합하는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조만간 전국적으로 시행 예정인 차등 전기요금제는 구미에 자리 잡은 반도체 기업들에 강력한 원가 경쟁력을 선사할 것이다. 용수 여건 역시 독보적이다. 낙동강 수계를 활용한 안정적인 공업용수 공급 체계에 더해, SK실트론 구미2공장에서 실증을 거친 국내 최초 초순수 국산화 기술 운용 노하우까지 확보하고 있다.

정책 지원 및 산업 생태계 또한 탁월하다. 반도체 기업이 구미산단 내 반도체특화단지에 입주할 경우,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른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통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여기에 SK실트론, LG이노텍, 원익Q&C 등 340여 개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구축한 견고한 산업 생태계는 즉각적인 시너지를 보장한다. 특히 직선거리 10㎞ 이내에 조성될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항공 물류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산업에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삼성SDS와 퀀텀일레븐 컨소시엄이 각각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구미는 반도체와 AI의 결합을 통해 차세대 산업 융합의 전초기지로 도약할 잠재력까지 갖추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이미 공정이 진행 중인 시설은 용인에 두더라도, 향후 구축할 팹(Fab)들은 구미로 전략적인 분산을 해야 옳지 않을까.

철이 산업의 쌀이라는 진리를 꿰뚫어 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혜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산업의 쌀, 반도체를 제대로 키워낼 최적의 입지는 어디인가. 이제라도 반도체를 가장 기름진 옥토(沃土)에 심어 대한민국과 온 국민의 밥상이 더욱 풍성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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