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기대감이 교차하는 겨울을 지나 봄의 문턱이 가까워졌다. 연말연시를 보내며 아쉬움도 기대감도 아닌 불안감이 더 커졌다. 누구를 만나든 인공지능(AI)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신기하기만 했던 도구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푸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말이 어느새 나의 고민이 됐다. 모든 영역에서 월등한 가성비를 보이는 AI 앞에 선망의 대상이던 전문직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력직의 입지도 불안한 상황에 신입은 기회조차 얻지 못할까 노심초사다.
산업 현장의 불안감도 높다.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사실상 올해 CES의 주인공이 된 현대차는 곧 노조의 반대에 직면했다. 노조 측은 "기술 발달을 저해할 생각이 아닌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며 기술 도입 자체를 막겠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로봇 확산이 노동환경 변화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상당한 진통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 '기술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공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류가 새로운 지점에 도달할 때마다 같은 고민이 반복됐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는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맹수가 아닌 온순한 가축이 인명을 해친다는 표현은 당시 영국 사회의 변화상을 담고 있다. 모직 공업이 급성장하며 양모 수요가 폭증하자 지주들은 농지를 목초지로 바꾸고 농민들을 내쫓았다. 생계를 잃은 이들은 도시를 떠돌거나 범죄자로 몰렸다. 당시에는 목초지 확대가 사회를 무너뜨리는 재앙처럼 보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도시로 유입된 인구는 상공업 노동력으로 흡수되며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됐다.
산업혁명기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방적기 등 새로운 기계가 보급되자 숙련공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생산 효율이 높아지자 임금 하락과 고용 축소가 현실이 됐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다. 공장을 불태우는 과격한 저항이 전국으로 확산했지만 거대한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이후 전화 교환원, 엘리베이터 안내원 등 수많은 직업이 사라졌다. 컴퓨터가 보급된 뒤에는 타자수, 장부 계산원 등이 자취를 감췄다. 기술 발전과 자동화가 일자리를 대체한 셈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 일자리 총량의 감소로 이러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용시장의 형태와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고도성장기 농업 인구를 제조업이 흡수했고, 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 산업이 성장했다. 컴퓨터는 수많은 사무직을 대체했으나 동시에 IT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문제는 지금의 변화가 과거와 같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전의 기술은 인간의 근력을 보조하는 데 그쳤다면 AI는 인간 고유의 지적 영역을 침투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물론 코드를 만들며 상담까지 수행하는 AI 앞에 어떤 직업도 안전지대로 인식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이런 변화를 막을 수 있느냐가 아니다. 어떤 새로운 역할과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500년 전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탄식이 새로운 산업 질서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 것처럼 AI를 둘러싼 오늘의 불안에 주목해야 한다. 지나친 낙관론·공포론을 경계하고 앞으로 다가올 충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문제 의식을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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