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힘들고 지친 날 저녁, 사소한 일상을 마무리한 후 친구들과 팔공산 갓바위 야간 산행을 한 번씩 가곤 한다. 밤 10시쯤 출발하기에 위험하다는 주변의 우려도 있지만, 퇴근 후 식구들 다 챙기고 잠자리에 들 시간쯤이라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산행 후의 개운함과 상쾌함으로 며칠의 활력소도 얻어온다.
'숲과 대화할 시간입니다', 새벽 산행 3천650일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우연히 접했다. 책에는 새벽 산행 1천 일의 목표를 달성한 사람 이야기, 고산골의 오지라퍼 등 저자가 매일 새벽 고산골을 산행하면서 만난 사람과 숲 속 느낌을 적었다. 그들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되짚어 보기도 한다.
작가 김태일은 숲 속 사람이다. 매일 새벽 2시간씩 숲 속 여행을 통해 하루를 시작한 지 10년을 넘겼다. 신문사 기자 출신답게 문장은 활기차고 싱그럽다. 삶의 멘토가 오래전 던진 질문 "너는 누구냐(Who are you)?"에 그 당시엔 망설였지만, 이젠 '숲 속을 걷는 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숲 속 홍보대사다.
"인생 2막을 숲속에서 열어보자. 'Who am I?'에 대한 대답을 찾는 데는 숲만큼 좋은 곳은 없다. 숲속에서 홀로 생각하고, 걷다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답은 아니지만 근사치를 찾을 수 있다."(169쪽)
생각만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 때, 변화가 필요하다 느낄 때, 저자는 무조건 걸으라고 한다. 어려운 문제든 쉬운 문제든 걷고 또 걸으면 모든 건 해결된다고. 문제를 단순화시키면 의외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데 단순화하는 최고의 방법은 걷기라는 이유에서다.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 중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 해결할 수 없는 것,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는 것. 모두 걸으면서 단순화시켜 보자고 이야기한다.
Who am I? 나와 스스로 맞상대하며 끊임없이 하는 질문, 사람들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아가듯이, 스스로를 들여다보기 위해 걷고 또 걸어서 무언가를 찾게 된다면 올 한 해 꽤 괜찮은 수확이 될 것 같다.
이제 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 중년에 접어드니 인생 2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이번 주말은 혼자 고산골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어진다. 나의 오감을 완전히 열어서 숲의 기운으로 가득 채워 리셋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본다.
김민정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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