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자식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을 막는 '구하라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이를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 실종된 고(故) 김종안(당시 56세) 씨의 누나 김종선(61) 씨가 구하라법 통과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종선 씨는 "국민들도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법을 3년째 왜 바꾸지 못하는 거냐"고 호소했다.
A씨는 1967년 2살에 불과했던 김종안 씨 등 어린 3남매를 놔두고 집을 떠났다. 그러다 김종안 씨가 실종되자 54년 만에 나타나 '유일한 상속자는 나뿐'이라며 배타적 상속권리를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아들 김종안 씨의 사망보험금과 저축금, 재산 등을 모두 가로챘다.
A씨가 김종안 씨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민법 제1004조의 '상속 순위'때문이다.
상속순위는 첫째로 배우자와 직계 비속(자녀 손자녀 등) 다음으로 배우자와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 형제자매 순으로 되어 있다. 앞선 순위가 있으면 후순위에게는 상속이 돌아가지 않는다.
실종 당시 김종안 씨는 6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여성이 있었지만 '사실혼 관계'는 상속받을 권한이 없다. 또한 두 사람 사이에 자녀가 없는 탓에 친모 A씨가 법적 상속인이 된 것이다.
누나 김종선 씨 등은 세 번째 순위여서 A씨가 유산을 분할해 주지 않는 한 법적으로 한푼도 받을 수가 없다.
54년간 자녀들을 버렸다가 거액의 보험금 소식에 나타난 A씨는 선박회사의 위로금 5천만원을 챙긴 뒤 김종안 씨 명의의 집과 통장을 자신 명의로 바꿔놓았다. 이어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3천여만원을 지급해달라"는 소송까지 냈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누나 김종선 씨가 항소했지만 지난 8월 항소심 재판부도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살핀 끝에 A씨에게 "사망 보험금 중 40% 정도의 돈(1억여원)을 딸과 나누고 소송을 마무리 짓자"고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지만 A씨가 '독식하겠다'며 거부했고, 결국 재판부는 법대로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김종선 씨는 "추운 바다에서 애타게 누나를 불렀을 동생을 생각해 끝까지 가겠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어 "짐승이 아니고 사람이라면, 부모라면, 엄마라면, 양심이 있어야 한다"며 "죽어도 법을 꼭 바꾸고 죽겠다. '구하라법'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 앞에서 노숙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구하라법은 2019년 11월 가수 구하라 씨가 세상을 떠나자 20년 동안 소식이 없던 친모가 뒤늦게 나타나 상속재산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이 일었고 2020년 3월 국회 게시판에 청원이 올라오면서 더욱 공론화됐다.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경우도 상속결격 사유로 추가하고 기여분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민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입법 청원은 4월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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