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극단 유튜브 방송과 진영 정치, 대한민국 민주주의 위협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남성이 평소 '정치 과몰입자'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서울 일간지는 해당 남성의 거주지인 충남 아산시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 욕을 많이 했다' '술을 마시고 민주당 욕을 많이 했다' '정치 유튜브를 보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와 결이 다른 보도도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정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은 너무 뜨겁다. 정치가 해결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법, 제도, 저출산 문제, 지방분권 등)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나 비방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극단적 진영 정치를 밑천으로 생각하는 정치인들과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유튜브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 '우리 편'이면 무조건 옳다는 확증 편향으로 상대편을 악마화하는 시민들도 많다. 진영을 악용하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지만 무비판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도 자성이 필요하다.

이 대표가 시민의 흉기 공격을 받은 문제마저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기가 찰 일이다. 강성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경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닙니까?"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권력과 정치,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적'이 아닌 '이웃'으로 만들고, 의견 대립을 다수결로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극단적 대결과 증오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삶을 건강하고, 평화롭게 만들어야 할 민주주의가 오히려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정치인 피습이라는 결코 발생하면 안 될 사건이 발생했는데, 교훈을 얻기는커녕, 이마저 증오와 분열의 재료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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