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유쾌한’ 정숙 씨의 반란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가수 강산에의 노래에 어깨춤을 추던 김정숙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유쾌한 정숙 씨'로 불릴 만큼 쾌활한 영부인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그저께 한 행사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인사를 애써 외면했다는 뉴스를 전해 듣고 유쾌할 수 없는 그녀의 심정(?)도 십분 이해할 것 같다. 그녀로서는 흔쾌하게 한 위원장의 인사를 받아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를 영부인도 아닌 일반인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문 전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한 위원장은 거북한 존재다. 지난 정부 후반기 좌천을 거듭한 인사에도 살아남아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이 됐다가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된 그가 '눈엣가시' 같지 않았을까? 한 위원장을 김 여사가 몰라볼 리는 없었을 것이다.

김 여사의 인사 '패싱' 논란에 대해 한 위원장이 "저를 모르셨을 수도 있다. 여사님을 다음에 또 뵈면 제가 더 잘 인사드리겠다"고 반응한 것도 김 여사로서는 못마땅할 수 있다. 그녀는 '그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어서 인사를 받지 않은 것'일 뿐이다.

그녀는 영부인 때인 2019년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와도 악수하지 않고 지나쳤다. 황 대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냥 지나친 것이었다. 2020년 3월 27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씨가 문 대통령에게 '천안함이 누구의 소행인가'라며 항의하자 김 여사가 40초 넘게 째려본 모습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 김 여사 스스로 입을 여는 게 어떨까? '버킷리스트'와 청와대 특활비의 김 여사 의상 및 액세서리 전용 의혹 등에 대해 말이다. 나 홀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인도를 재방문해 타지마할을 관광하고, 이집트 순방에서 굳이 피라미드 관광을 요청하고, 체코 대통령이 부재한 프라하를 방문한 의혹 등도 국민 눈높이에서 해명해 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의상비 전용 논란에 대해서는 법원이 비용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 관련 기록을 퇴임하면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의혹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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